[이슈 인터뷰] 김근태 원내대표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열린 우리당 원내대표로 취임한 지 한달 만에 김근태 대표는 투명한 그의 얼굴을 잃어버렸다. 23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서는 개인적 양심과 자리가 주는 책임감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그가 제도권의 책임있는 자리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독재와 권력자의 독주에 저항만 해왔다. 당 부총재를 맡은 김대중 정권 때도 1인 보스체제를 비판하며 외곽을 돌았다. 그런 그가 또 '노무현당'을 반대하며 盧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의 저항기질 때문일까, 아니면 양심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일까.

대선후보 경선 도중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양심선언을 하고, 민주당을 나와 우리당으로 가는 기로에서도 단식농성이란 세례식을 거쳐야 했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면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정치행보는 느리고, 논리적 결벽증마저 느끼게 한다. 이 때문에 재야투사 시절과 달리 지도자로서의 결단력과 돌파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달에 2천원씩 내는 당 운영비 때문에 발기인 모집이 잘 안 되자 그는 "국민을 원망하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라면 돈이 안 드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8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양김(김영삼.김대중) 대립 소식을 들은 그는 옥중서신으로 '비판적 지지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것이 당시 재야를 분열시킨 한 원인이었다는 데는 이제 아쉬움을 토로한다. 누군가를 지지하면서도 자기 의견은 고수하겠다는 '비판적 지지'는 흑백 구분을 원하는 권력자에게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그는 그런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 김근태 대표 약력 ▶1947년 경기도 부천 출생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초대, 2대 의장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 수상 ▶독일 함부르크 자유재단 '세계의 양심수'선정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집행위원장 ▶민주당 부총재(95년) ▶제15, 16대 국회의원(도봉갑) ▶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