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맞을 게이 녀석."
지난 달 27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벤피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에서 폴 스콜스(32·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옐로카드를 받자 프랑크 데 블레커 주심(벨기에)에게 내뱉은 말이 한 동안 잠잠하던 유럽 축구계 동성애자(게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베컴
▲마초문화의 절정 풋볼월드
통계적으로 남자 20~30명 중 1명이 게이인 나라 영국. 하지만 잉글랜드 등 영국 프로리그에서 뛰는 4500명 중 공식적인 게이는 한 명도 없다. 통계수치를 단순히 대입한다면 한 팀에 적어도 한 명은 있어야 정상이지만 '커밍아웃(성정체성 공개)'사례는 찾기 힘들다.
축구장 밖에서의 사생활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축구장에서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게이 비하 움직임은 공무원, 경찰 심지어 군대 내부에 게이단체가 존재하는 영국에서는 꽤나 도발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
윔블던 단식 6회 우승에 빛나는 60년대 테니스 스타 빌리 진 킹을 시작으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등 동성애자 스타들이 이름을 날린 테니스, 그리고 피겨스케이팅. 축구보다 더욱 격렬한 운동인 럭비에서도 '커밍아웃'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축구는 예외다.
잉글랜드 럭비선수였던 브라이언 무어는 축구와 럭비의 차이를 팬에서 찾는다. 무어는 "럭비 팬들은 (축구 팬들보다) 교육수준이 더 높다. 그래서 더 넓은 시야와 더 나은 관용의 덕을 가지고 있다"고 평한다. 영국의 유명 방송인인 리즈 커쇼도 "테니스는 예부터 노동 계층의 지지를 받았던 축구와 달리 중산층이 즐기는 스포츠였다"며 이러한 시각을 거든다.
륭베리
결혼해서 아이까지 두고 있는 르 소가 게이들의 취미로 유명한 골동품 수집에 조예가 깊고 진보적인 성향의 일간지 가디언의 애독자였기 때문. 올시즌 포츠머스로 이적한 솔 캠벨(32)도 게이로 낙인찍혀 친동생으로부터 비난을 듣기도 했다.
▲게이면 어때
축구선수들의 사생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국 iTV의 인기 드라마 '축구선수들의 부인들'에서 '게이츠' 역을 맡고 있는 벤 프라이스는 "요즘 축구계는 10년 전 정치판과 똑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10여 년 전 게이로 의심받은 정치인들이 결국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한 사실을 빗댄 것이다. 그만큼 밝혀지지만 않았을 뿐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는 생각보다 많은 게이들이 활동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노동계층의 스포츠였던 축구장에 여성팬들이 늘어나고 중산층의 선호도도 높아가면서 게이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희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르 소나 캠벨과 달리 게이 의혹에 대해 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스타도 적잖다. 대표적인 사례가 데이비드 베컴(31·레알 마드리드)과 프레드릭 륭베리(29·아스널)다. 베컴은 게이잡지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는다. 륭베리는 자신의 게이 이미지에 "여자친구가 내 정체성을 알고 있으니 아무 문제 없다"고 받아친다.
섹시가이로 유명한 둘의 공통점은 '게이는 패션감각이 뛰어나다'는 속설을 역으로 활용, 축구계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광고계를 누비고 있다.
장치혁 기자 [jangta@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