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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서남공정'을 주시하라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인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한국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은 티벳 자치구의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는 서남공정을 완수한 뒤 최근 고구려 및 발해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는 동북공정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과 함께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경제 방면의 서남공정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경공업 제품은 중국산이 인도시장을 휩쓸었고, 중국산 전자제품이 중저가 가전제품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 윤효춘 코트라 뭄바이 무역관장의 전언이다. 원래 인도는 '한국의 땅'이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한국의 기업들은 인도에 상륙, '산트로 신부'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성공 신화를 써오고 있다.

산트로 신부는 인도 중산층 처자가 시집갈 때, 다우리(지참금)로 외국 승용차 한대는 사가야 하는데, 산트로가 제일 좋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산트로는 현대차가 생산하는 아토즈의 인도 브랜드 명이다. 한국이 인도에서 이렇듯 선전하는 것은 경쟁국가에 비해 인도 시장에 빨리 진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인도에 진출했을 당시 일본은 10년 대불황의 터널에 갇혀 있었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시대에도 중국은 일본의 미래를 좌우할 시장이라는 판단 아래 활발한 투자를 했지만 먹잘 것 없는 인도 시장은 포기했었다. 한국은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시장을 선점했다.

2006년 현재 인도 중산층의 꿈은 현대차에서 삼성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집에서는 LG TV를 보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인도는 한국이 일본을 제친 유일한 시장인 것이다. 중국은 2002년 주룽지 총리가 중-인 국경 분쟁 이후 40년 만에 인도를 방문하기 전까지 경제적으로 거의 단절된 상태였다.

그러나 2005년 원자바오 총리가 인도를 방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이후 중국은 대인도 진출을 급격히 강화하고 있다. 2001년 18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의 무역은 2004년 136억 달러로 급증했고, 2005년에는 전년대비 38% 급증한 18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인도 무역 규모는 2005년 전년대비 25% 증가한 76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인도 진출은 더욱 매섭다. 인도의 경제발전으로 인도 중산층의 구매력이 놓아진 것은 물론 인도 제조업 노동자의 인건비가 중국보다 싸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인도에 앞 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를 제조업 기지로 삼은 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인도를 단순한 시장이 아닌 중동 유럽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인도에 연산 60만대 규모의 컬러 TV 공장을 완공했으며, 종합가전업체인 TCL은 인도에 7개의 현지 제휴 공장 및 20개의 유통법인을 설립했다. 가전업체 뿐만 아니라 통신장비업체인 중싱과 화웨이 테크놀로지도 인도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자동차 업체도 인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상하이자동차와 체리 자동차, 베이징이치 등 자동차 '빅3'가 인도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체리 자동차는 GM대우 마티즈를 그대로 본 뜬 QQ를 인도에서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가전, 통신뿐만 아니라 자동차 분야에서도 한국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한국은 일본의 도전도 동시에 받고 있다. 10년 대불황을 완전히 극복한 일본은 최근 인도가 세계경제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하자 대인도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인도인의 우호적인 대일 감정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을 했다. 일본은 주축국(일본 독일 이탈리아)의 일원으로 영국에 맞섰다.

즉 영국은 일본과 인도의 공적이었던 것이다. 실제 일본은 인도의 독립운동을 지원했었다. 중국과 인도가 한국을 동시에 옥죄어오고 있지만 발등의 불은 중국이다. 한중일 삼국의 기술 수준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본은 하이테크, 한국은 미들테크, 중국은 로테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IT의 경우 한중의 기술격차가 1년 반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결국 인도시장에서 정면충돌할 나라는 한국과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북공정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대인도 서남공정을 주시해야 할 때다. [디지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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