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鄕愁)'- 고은(1933~ )
제청 제청(諦聽 諦聽)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
하늘 아래, 손사래로
내 지은 옛을 가린다 해도,
다 아쉬운 바람귀 두려워 오니
어디만큼이뇨 노을을 사고.
그리하여 시름을 마치
비 긋는 숨으로 쉬듯
눈 감은 다음, 보아라.
이내 어릴 적 저녁
무지개의 허리여.
노을을 사고 큰 숨 쉰 다음, 눈 감아 무지개의 허리를 바라본다. 어린 날 큰 뜻 일러주던 무지개였을 것이다. 어느 초상집에서 밤새우고 '징개맹개벌(김제 만경평야)'의 아침 노을을 바라보았었다. 찬란하고 서글픈 아침이었는데 표현하라면 비문(非文)일밖에 없었다. 띄엄띄엄, 향수의 간격에 떨어져 내린 천길 벼락이여. '내 지은 옛'이여.
<장석남.시인>장석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