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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 "한국적 특성 살리자"|작가 50여명 참가한「한국 설치미술제」 장흥 토탈미술관서 열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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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나라 설치미술 4반세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보는 한국 설치미술제가 6월10일까지 경기도양주군 장흥 토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미술제에는 60년대 중반 국내에 최초로 설치미술을 선보인 이승택 씨를 비롯해 지금까지 설치미술작업에 주력해온 대표적 작가 50여명이 대거 참가했다.
이 미술제는 지난 20여년 동안 개별적으로 지속되어온 다양한 설치미술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공통적 개념을 정리하고 한국적 특성을 추출해 국제화시켜보자는 의도로 이뤄졌다.
참여작가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그동안의 미니멀리즘(최소주의)적이고 개념미술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보다 공간을 적극도입하고 소유성과 풍자성을 강졸한 새로운 경향을 보였다
윤동찬씨의 『예술의 장벽』의 경우, 전시장 밖으로부터 설치된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면 『DMZ-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오시오. 오! 예술』이라고 쓰인 문이 있고 문안에는 쓰레기·의자·비닐 등으로 상징한 「60」(6공)이 설치돼 적극적인 환경의 도입과 풍자를 보인다.
성능경 씨는 미술관 카페의 벽면에 자신의 가족 사진을 여러 장 부착함으로써 기존의 벽면을 자신의 소유 공간화하려 한다.
국내 설치미술의 효시는 지난 63년 국립중앙공보관에서 열렸던 원형조각회 회원전. 이승택·조성묵씨 등 13명의 작가들이 공간을 적극 도입한 실험적 조각작업을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이들은 당시 「원형조각회 강령」을 발표, ▲일체의 타협적 형식을 부정하고 전향적 행동의 조형의식을 갖는다 ▲공간과 재질의 새 질서를 추구하여 새로운 조형윤리를 형성한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이승택 씨는 나무판자를 엮어 뗏목을 만든 후 불을 붙여 강물에 띄우 는등 실내공간을 떠나 밖의 공간을 작품에 도입함으로써 본격적인 설치미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당시만 해도 아직 외국에서도 설치미술의 개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던 때였다.
설치미술(Installation Art)은 70년대 구미에서 크게 유행했다가 80년대 중반 시들해져버린 실험미술작업의 한 분야.
평면(회화)·입체 (조각)작업과 전시장이라는 일정공간에서 바깥으로 뛰쳐나와 환경과 미술과의 적극적인 합일을 추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70∼80년대를 통해 꾸준히 지속되어오다 80년대말 절정기를 이루었다.
70년대의 김용민·송정기·심문섭씨 등의 개인작업에 이어 80년대 들어서면서는 81년 시작된 『겨울대성리전』, 82년의 『현장에서의 논리적 비전전』, 83년의 『큐브-Ⅶ전』, 86년의 『행위설치미술전』 등 동인들에 의한 그룹전이 매년 잇따라 열렸다.
설치미술에 대한 이 같은 열기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초대전으로 마련했던 『청년작가전』의 출품작가 가운데 대부분이 설치미술 범주의 작품을 발표했던 것을 보면 잘 드러난다.
또한 서울과 동경에서 교대로 열린 『동방으로부터의 제안전』에서 이건용·육근병·방효성씨 등 국내 작가들의 작업이 일본 미술계로부터 호평받았다.
이번 설치미술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김영재씨(42)는 『외국에서는 벌써 시들해진 설치미술이 국내에서 계속 꽃피고 있는 것은 신명·호기심 등 우리 고유의 민족적 체질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이제 지난 4반세기동안 지속되어온 한국 설치미술의 성격과 위상을 정리해 보고 무속성·풍자성 등 한국적 특성을 찾아내 이를 국제화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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