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알아본 오늘의 선생님|낮은 처우…전교조갈등 겹쳐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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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교조사태이후 첫 스승의 날, 지난해까지만해도 엄연한 이날의 주인공이었던 1천5백여 해직교사들은 더 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이날을 맞고있다.
교육자로서의 미래와 사랑하는 제자, 그리고 생계의 터전을 모두 잃어버린 이들에게는 「언젠가는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이 반드시 실현되고 다시 교단으로 돌아갈 날이 오고야말 것」 이라는 신념만이 유일한 버팀목일 뿐이다.
해직교사들이 당장 겪는 눈 앞의 가장 큰 고통은 생계문제. 퇴직시 받은 퇴직금은 대부분 교직경력이 짧은 탓으로 수백만원에 불과했고 그나마 이미 바닥을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전교조는 이에 따라 매월 현직교사 조합원 (1만4천여명 주장) 과 일반교사 (2만여명 주장)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후원금 (1인당 1천∼10만원) 과 각계의 성금을 모아 생계보조비를 지급하고있는 실정.
지급액은 A급 (다른 생계수단이 전혀 없거나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이 20만∼30만원, B급 15만원내외, C급 (배우자가 직장이 있거나 미혼인 사람) 10만원 등.
도진식 전교조 복지후생국장(37·전 동북고교사)은 『매월 들어오는 돈이 평균 2억7천만원정도 되지만 워낙 대식구라 생계비 지급이 빠듯하며, 더구나 언제까지 이를 계속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고 고충을 덜어 놓는다.
이처럼 생계유지가 어려운 탓으로 줄잡아 2백여명의 교사는 본업(전교조 활동) 외에 부업을 갖거나 전업했다.
지난 2월 9명이 「참교육사」를 차러 참교육상표가 붙은 2O여종의 의류·문구·잡화를 제작·판매하고 있거나 11명이 월간지 「우리교육」 을 3호째 발간하고 있는 경우, 50여명이 5∼6명씩 공동 출자해 서점(서울에만6개)을 차러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교사들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 중에는 우유배달·신문배달· 청과물판매· 건축현장막노동 일꾼 등으로 그야말로 「입에 풀칠만 하는」정도의 「생존」 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입시학원 강사가 된 김모씨 (35) 의 경우 『어떻게 하다보니 전교조의 취지와는 다른 입시위주교육의 선봉장(?)이 돼 동료들 대할 면목이 없어 숨어산다』며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해직교사의 아픔을 극단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지난 2월19일 배주영교사(28·여·전 청송진보종고교사) 의 죽음 배교사는 해직 이후 막연해진 생계문제 때문에 집을 줄여 동료해직교사의 자취방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숨졌다.
최근 전세 값 폭등은 해직교사들에게 큰 타격을 입혀 서울지역의 해직교사 20여명이 전세 값 싼 곳을 찾아 인천· 과천·광명시 등지로 이사하기도 했다.
『생계의 어려움보다도 더 괴로운 것은 지금도 사랑스런 제자들의 맑은 눈빛과 티 없는 웃음소리가 눈에 선하고 귓전을 때리는 것입니다.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꿈을 꾸다 잠에서 깨어난 새벽, 가슴이 허전해 눈물을 흘릴 때도 있어요. 현직에 있을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절실한 감정들입니다.』
14일 오후 서강대에서 열린 「해직교사(위안의)밤」에 참석하는 것으로 스승의 날 행사참석을 대신한 한 여교사의 절규가 해직교사들의 1년을 말해주는 듯 하다.

<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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