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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칼” 소문확인 부산/윤곽 잡히는 특명사정반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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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처마다 2∼3명씩 「쇼크요법」/비리 확인→검찰이관→처벌수순
사정의 칼날이 고위공직자들의 두상을 휙휙 날고 있다. 적어도 5,6월 두달은 이같은 긴장이 계속될 조짐이어서 뒤가 켕기는 고위공직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고 많은 국민들은 『이번엔 제대로 하는지 두고보자』며 숨을 죽이고 있다.
사정당국은 이병선한일은행장·서병기서울지방국토청장을 해직시킨 것을 신호탄으로 서울시의 고위간부 4명을 구속하고 김하경철도청장을 내사한 일이 있는가 하면 민자당 중진의원 수명의 비리를 추적하고 있고 비리관련혐의를 받고 있는 수명의 야당의원들이 출국정지조치를 당했다.
이밖에 시·도지사중 수명이 해직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고 서울시장처럼 핵심부하들이 대거 비리추궁을 당한 부처는 부서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게 되리란 소문도 있다.
사정당국은 이번 공직자숙정작업에 노태우대통령의 후반기 통치생명을 걸겠다는 자세여서 그야말로 「서리」가 내리는 오뉴월이 될지도 모를 지경이다.
○…자율사정을 내세웠던 6공 정부가 이처럼 사생결단식으로 나오는 것은 통치권의 약화현상이 더이상 방치될 수 없는 수위에 도달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싹튼 공직자사회의 기강해이는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공무원들까지 번져 정부의 각종 기밀사항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은 다반사였고 일부 시·도지사는 지자제선거를 의식,정치세력과 노골적으로 결탁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정부에서 극비리에 추진했던 분당·일산 신도시개발계획이 사전에 누설돼 부동산값이 오히려 폭등하는 현상이 일어나자 노대통령은 내심 경악,그때부터 공직자 사정문제를 은밀히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사정당국은 지난해 정부기밀을 누설한 전조달청장을 비롯,상당수 시·도지사를 인사조치하는 한편 3급이상 고위공무원에 대한 탐문내사 작업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사정당국이 결정적으로 더 경악한 것은 일선정보·수사기관이 써올린 보고가 거의 형식적이거나 개인의 친소관계에 의한 부실정보가 적지 않더라는 것이다.
또 공직자의 비리사실을 적발하는 감사원에서 조차 2∼3명의 실무진이 기밀사항을 누설한 사실이 자체조사과정에서 밝혀졌고 일선정보기관의 보고중에는 직접 금품수수한 흔적이 역력해 부패한 사람을 좋게 써올리고 유능·청렴한 사람이 음해당한 예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같은 부패하고 이완된 공직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통치사정」을 단행하지 않을 수밖에 없어 청와대에 특명사정반이 발족하게 된 것이다.
○…청와대 특별사정반은 통치권확립이라는 기본 명제하에 우선 지금까지 확보한 고위공직자및 정부투자기관 임직원들에 대한 각종 내사자료를 토대로 부처별로 비리사실이 현격하거나 자타가 공인하는 무사안일한 인물을 찍어 사실여부를 중점 확인하는 식으로 사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이번 특명사정반의 대상선정과 처리방법은 일정기준을 설정해 놓고 부처별로 인원수를 할당해 투망식으로 대규모 숙정한 80년당시의 공무원정화작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사정당국의 설명.
특명사정반은 일단 부처별로 대표적인 비리·무능·무사안일 공직자 2∼3명을 선정해 놓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한 구증작업을 벌인 뒤 최종단계에서는 반드시 본인의 소명기회를 주고 있다.
다시말해 기본권을 침해하는 5공식 「대량학살」은 피하면서 소수의 희생자로 전체분위기를 되잡아보겠다는 일종의 쇼크요법인 셈이다.
정구영청와대민정수석은 특명반원들에게 누누이 『지금은 80년처럼 혁명적 상황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초법적·주먹구구식은 용납하지 않겠으며 대상자를 비리내용에 따라 형사소추·징계·면직시키되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을 반드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에 여러차례에 걸쳐 투서가 접수된 철도청장의 경우는 조사를 종결했다고 하고 있으나 사실여부를 확인키 위해 현재 엄정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번 적발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의 경우 계약입찰에 개입,상당액에 이르는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포착,결국 본인의 자백을 얻어낸 후 발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 특명사정반에서 확인된 비리케이스는 검찰로 넘겨 공식수사를 벌이고 이에따른 행정·인사조치는 기관장및 인사권자에 통보,즉시 조치토록 하는 수순을 밟을 계획.
○…부동산투기근절과 관련해 정치권도 내사한다는 발표가 있자 처음에는 「엄포용」이겠거니했던 의원들이 구체적인 이름까지 흘러나오자 바짝 긴장.
여권의 한 소식통은 14일 의원들에 대한 내사를 이미 완료했으며 부동산투기와 관련해서는 민자당에서만 민정계 3명,공화계 2명 등 5명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 대한 내사는 지난 12일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이 부동산 투기근절과 관련해 『정치인도 관련자는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처음 사실로 확인됐었다.
당 고위층으로부터 잇따른 내사발언이 쏟아지자 의원들은 지난 주말 골프장 출입과 특급호텔이용등을 자제하며 몸조심하는 눈치가 역력.
또 일부 뒤가 켕긴 의원들은 최고위원등 자파 고위당직자들을 통해 대상명단을 확인하려고 동분서주하는 한편 자신의 「혐의」를 해명하려 노력.
그러나 14일 흘러나온 명단은 민정계에서 과거 당3역을 지내는등 계보내 실력자로 알려진 이모의원등 중진급 3명이 포함되고 공화계에서도 Y·S의원등이 포함돼 일벌백계를 노린 인상.
특히 검찰의 소환조사로 이름이 거명된 신진주정책조정2실장(경제1)은 14일 해명서를 만들어 최고위원·당3역 등을 찾아 해명하고 기자실에도 이를 배포.
신의원은 자신의 계약서 서명날인이 보좌관의 서명이며,자신의 구좌에 입금된 2억원은 자신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계의 한 고위당직자도 『처삼촌이 저지른 일이라지만 본인이 몰랐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혐의를 계속 두고 있다.
이러한 의원내사에 대해 한 고위당직자는 『정치인에 대한 처벌이 없는 한 국민들이 부동산투기 척결의지를 믿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김진국·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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