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교포들 한인교회 설립 꿈 이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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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소련 사할린의 유지노 사할린스크시에 「예수교 사할린교회」가 세워졌다.
개신교 초교파 단체인 러시아선교회소속 이종렬 목사(안양 늘사랑교회)가 창립예배를 인도하여 세워진 이 교회는 한국교회가 소련에 선교활동을 펼쳐 그 결실을 본 최초의 선교교회이자 한인동포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소련에서의 첫 교회가 된다.
지난달 29일 유지노 사할린스크시의 우리동포 우원명씨(82)집에 이종렬 목사(러시아선교회회장)·김영국장로(동총무)와 동포신자 20여명이 모였다. 「예수교 사할린교회 」창립 예배가 올려진 것이다.
창립예배는 감사의 눈물 속에 올려졌다.
45년만에 처음으로 목사를 모셨거나 난생 처음 목사의 예배인도를 받은 신도들의 감격과 소련 땅에 처음으로 한국교회가 복음을 전하는 교회를 세우게 되었다는 감회가 어우러졌다.
창립예배에서 이목사와 신자들은 1만달러 정도를 들여 2백여명이 모일 수 있는 교회건물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자고 다짐했다.
이목사와 신도들은 이미 주종교문제 담당자를 찾아가 교회건물건축허가를 받았고 부지를 정하면 주정부에서 임대해주겠다는 약속도 얻어냈었다.
현지의 조선인협회·건축협회 등에서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창립예배가 끝나고 이목사는 10명에게 세례를 하고 3명을 서리집사로 임명했다.
우원명씨와 동포신자들은 그동안 우씨집에서 지하교회를 열어왔다. 일제말기 종교탄압을 피해 사할린으로 왔던 독실한 신자인 우씨는 해방 후 고향인 북한으로 갔으나 종교탄압이 심해지자 다시 사할린으로 왔다. 그러나 사할린에서는 개신교에 대한 탄압은 마찬가지였다.
종교의 자유를 찾으려는 그의 행로는 수난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조사란 교회내 직책을 가지고 있었던 우씨는 신자들을 집으로 불러 예배를 갖기 시작했다. 감옥으로 끌려가지는 않았지만 많은 감시와 박해를 받았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는 우씨와 신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고 이목사 등의 방문은 교회의 꿈을 실현시켰다.
러시아선교회는 「예수교사할린교회」 건립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한편 소속 목사들이 가능한한 자주 현지를 찾아가 예배를 인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현재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는 예비목사가 현지에서 교회를 이끌고 싶다고 지원하고 있어 그를 상주목사로 파견할 길을 찾고 있다(현재의 양국관계로는 불가능하다).
또 사할린의 교인들을 국내로 불러와 교육시켜 교회지도자로 양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사할린의 교회를 한인교회로 못박지 않고 「예수교사할린교회」로 이름지어 소련인 교인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소련선교의 큰 꿈을 말해준다.
이목사와 김장로는 4월4일부터 지난 5일까지 모스크바·레닌그라드·타슈켄트, 하바로프스크·사할린 등지를 다니며 교회에서 설교하고 복음을 전했다.
모스크바의 한 교회에서는 이목사의 설교 때 1천5백명이 모였다. 소련교인들은 한국교회부흥의 비결이 무엇인가를 물었고 성서와 주석책·어린이성경·찬송가 등 신앙도서·종이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이목사는 전했다. <임전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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