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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연재 『늘푸른 소나무』15일부터 3부 「범성」시작|수난민중의 「불씨」에 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본지 연재소설 『늘푸른 소나무』가 12일(일부지방13일) 959회로 2부 「세속」을 끝마치고 15일부터(일부16일) 3부 「범성」으로 들어간다.
87년3월16일 연재가 시작된『늘푸른 소나무』는『노을』『불의 제전』『겨울골짜기』 『마당 깊은 집』등으로 주목받아온 중견작가 김원일씨(48)의 최초 신문 연재소실로 우리 소설에서 등한시됐던 일제하를 배경으로 당대의 정치·경제·사회사에 민중의 다양한 삶을 맞물리며 수난과 저항, 그리고 인간정신의 뿌리까지 캐들어가고 있어 횟수가 거듭될수록 독자들의 기대 또한 더해가고 있다.
『신격화되지 않은, 되기를 거부하는 예수를 그리고싶었습니다. 예수의 수난시대와 비슷한 때를 일제치하로 보아 시대적 배경을 . 일제로 잡았습니다. 이제 3부에서는 수난받는 민중과 함께 뒹굴며 온갖 잡스런 체험 끝에 민중의 지도자로 올랐다 회생되는 주인공 석주율을 통해 그런 신성, 아니 참다운 인간의 모습을 그리겠습니다. 』
1911년부터를 시대배경으로 잡고 있는 『늘푸른 소나무』는 천민출신 주인공 석주율과 주인공의 상전이자 스승인 백상충을 중심으로 독립운동과 주인공의 내면적 성장과정을 큰 가닥으로 엇섞어 나가며 일제 초기 우리 민족의 총체적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특히 2부 후반에 들어 비폭력 평화적 독립운동을 내세우는 석주율과 무력 독립운동을 내세우는 백상충의 시각을 통해 경남지방의 3·1운동을 그려 3·1운동의 성격을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3·1운동은 중앙지휘부 없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운동입니다. 3·1운동 대표33인의 활동보다 일제초기강압 정책에 못이긴 민중의 힘의 폭발에 의미를 둬야합니다. 때문에 3·1운동은 동학운동과 의병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씨는 이러한 자신의 3·1 운동관은 지난해 3·1운동 70주년을 맞아 여러 단체, 특히 진보적 사학단체에서 나온 연구결과에 힘입은바 크다고 한다. 한일합방의 울분을 못 이겨 자결하는 우국지사를 그린, 『늘푸른 소나무』의 전편적인 단편 『절명』을 77년 발표하면서부터 김씨는 이 소설을 위해 10여년간 꾸준히 일제하의 정치·경제·종교사 등의 자료를 수집, 섭렵해왔다.
또 지난 여름에는 이 작품의 한 무대인 연변·백두산지방으로 취재여행을 갔다오는 등 철저히 사실성에 입각한 상상력으로서 집필에 임하고 있다.
3부에서는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전환되는1920년에서 1925∼26년까지를 그리면서 이 작품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때는 말이 문화통치지 일제의 전 분야에 걸친 조직적 침탈로 당시인구의 80%에 해당하는 농민층이 분해돼 대량 간도이민이 발생, 간도지방의 무장 항일투쟁이 조직화되고, 또 노동자들이 형성되기 시작해 노동운동과 함께 공산주의도 들어오게 된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좌절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무저항으로 수난받는 민중의 불씨로 남는 주인공의 모습을 3부 「범성」은 그리게 된다.
『독자들로부터 주인공을 좀 너그럽게 그려나가라는 주문이 많이 들어옵니다. 그러나 부대끼는 삶 중에 인간의 진정한 선성이 우러나오는 것 아닐까요 ? 』
독자들의 반응이 매일매일 민감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신문연재소설의 특징이다.
김씨도 그러한 독자의 반응에 따라 잘못된 부분이나 미흡한 점은 고쳐나가거나 보완하고 있다. 때문에 신문연재소설은 작가와 독자 공동으로 쓰여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가 금씨는 독자들에게 요구한다. 수난당하면서도 소나무처럼 푸르게 늘 우리 가까이에 있는 민중의 상징을 그리기 위해서이니 주인공에 대한 가혹행위를 양해하며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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