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분할 얄타체제 붕괴신호/하벨대통령 제안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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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럽군사동맹 해체는 시대적 대세
헝가리의회가 9일 바르샤바조약기구 탈퇴법안을 정식의제로 채택한데 이어 하벨 체코대통령이 10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유럽회의(CE)에서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발전적 해체 및 새로운 단일유럽안보체제 구성을 제의한 것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해체작업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해 주목된다.
이는 냉전이후의 핵전략검토를 위해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 모인 나토국방장관들이 유럽배치핵포탄의 절반을 철수키로 합의한 것이나,미국정부의 단거리미사일(SNF) 현대화계획취소등 최근 나토쪽의 태도변화와 맞물려 그간 세계를 동서로 양분해온 얄타체제의 붕괴가 시작됐음을 분명히 하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85년 고르바초프등장이후 바르샤바조약기구는 이미 상당부분 해체됐다고 볼 수 있으나 나토쪽의 사정은 좀 다르다. 미국이 나토의 유럽전략을 바꾸겠다는 것일뿐 유럽에서의 핵전력은 그대로 유지하며 종전의 군사적ㆍ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군사적 동맹체에서 정치ㆍ경제적 동맹체로 성격을 바꾸고 「대서양에서 우랄산맥까지」 단일안보체제가 구성돼야한다는 것은 동서가 의견을 같이하는 시대적 요구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그 역할을 맡든지,아니면 93년 통합될 EC가 잠정적으로나마 그 역할을 맡든지 간에 군사동맹의 해체와 단일유럽안보체제의 등장은 피할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이 문제는 독일의 통일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만큼 독일의 통일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은 군사동맹의 해체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로운 안보체제의 등장과 독일의 통일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많다.
소련이 「2+4」회담에서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와 통일 그자체를연계시키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군사동맹의 해체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할 수 있다.<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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