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보소' 불황탈출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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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엔 무조건 튀어야 산다. '

불황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기업들의 이색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서 기이한 복장과 행위로 시선을 끄는 것은 물론 출근길 운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번개마라톤', 초대형 제품모형 전시 등 기상천외한 형태의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는 기업들의 욕구가 강해진다"며 "이색마케팅은 기발하고 스피디한 문화를 즐기는 젊은 소비자층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전세계적으로 'I'm lovin'it'이라는 새 브랜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맥도날드는 이달 초 출근길 교통체증이 심한 한남대교를 뛰어 건너는 '번개 마라톤' 행사를 벌였다. 캠페인 로고가 쓰인 유니폼을 입은 치어걸들이 단체로 다리를 뛰어건너는 행사였다.

한국맥도날드 서정민 마케팅 이사는 "새 글로벌 캠페인의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번개마라톤이라는 일종의 게릴라식 마케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LG 생활건강은 최근 한달여간 치아미백제 홍보를 위해 여자경찰과 죄수 복장의 도우미들이 '이쁘면 신고하자'는 피켓을 들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게릴라성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수퍼모델 선발대회와 연계해 '입상자 예측하기' 이벤트도 포함됐다.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강남역.신촌은 물론 콘서트 장 등이 이 행사의 주요 개최 장소였다.

이 회사 생활용품사업부 김윤태 과장은 "행사가 그날 그날 기습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어리둥절해하는 시민들도 많았지만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초대형 제품모형을 전시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끈 업체도 있다. 리바이스 코리아는 창립 1백50주년을 맞아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세계에서 가장 큰 청바지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빅 진'을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앞에 전시했다.

10층 건물 높이(29m)에 무게가 2백26㎏이나 나가는 빅 진은 캐나다에서 한달여간의 배송기간을 거쳐 배로 들여왔으며, 국내 마케팅 역사상 가장 큰 제품모형으로 기록됐다.

리바이스 코리아의 김종학 마케팅팀 차장은 "취업난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에게 '빅진'만큼 큰 꿈을 갖도록 격려해주자는 의미에서 상징적인 행사를 기획했다"며 "최근 청바지 제품 매출 증대에도 큰 기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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