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와 서양악기의 만남 별난 연주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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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악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미국 뉴뮤직계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는 작곡가 겸 거문고즉흥연주자 김신희씨(33)가 미국 뉴뮤직계의 권위자 조제프첼리씨(45)와 이색연주무대를 꾸민다.
국립국악원 초청으로 서울에 온 이들 두 음악인이 11일 오후7시30분 국악당소극장에서 펼칠 즉흥연주회는「동·서 악기의 영적조우」.
김씨의 거문고가 첼리씨의 잉글리시호른 및 무카비나(대평소와 비슷한 인도 민속악기)와 어우러지는『세스처와 텍스처』, 금씨의 장구와 첼리씨의 잉글리시호른이 함께 연주하는『비나리』등이 선보인다.
김씨가 고안한 전자거문고와 야마하WX7이라는 첼리씨의 전자악기가 조화를 이룰 『서아』도 특별한 관심을 모으는 프로그램.
『즉흥연주야말로 음악적 가능성과 자유·흥취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들은 87년부터 서구 각국을 누비며 10여 차례에 걸쳐다양한 즉흥연주회를 가졌고 지난4월에는 로스앤젤레스의 한국문화원개조0주년 기념연주회를 열어 각광받았다.
금씨는 국악고등학교와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 유학, 현대음악의 중심지로 불리는 밀스대에서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과 컴퓨터음악을 배우고 작곡 석사학위를 받은 이래 보스턴을 중심으로 활동중이다.
최근에는 조제프 챌리, 앨리옷 샵, 헨리 카이저와 함께 두장의 즉흥연주CD를 출반했다. 『전통음악 위주의 연주무대를 마련해온 국립국악원이 모처럼「우리음악」의 세계를 넓힐 수 있는 현대적 실험무대를 펴게해 주어 더 없이 기쁘다』 고.
미국 뉴뮤직동맹의 위원장인 첼리씨는 뉴뮤직아메리카 80과 88페스티벌 등의 현대음악제 감독을 맡은 뉴뮤직계의 핵심인물로 말콤 골드스틴, 폴린 올리버로스 등 중요현대음악작곡가들의 작품 40여곡을 초연한 연주가.
오보에·잉 글리 시 호른·무카비나 등 각종 더블리드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천재적 즉흥연주가로 유명하며 최근에는 한국전통악기 피리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이번 기회에 좋은 스승을 만나면 다시 한국에 와서 피리연주공부를 하고싶다』고 말했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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