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태 막판진통 거듭/일부 차장급 제작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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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원 전체회의서 방향논의
사원들의 제작거부가 4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KBS사태는 보도국ㆍ아나운서실 차장급간부들이 선방송정상화를 주장하고 일부 TV프로그램이 간부들에 의해 재개되는등 해결의 돌파구를 위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KBS아나운서실 차장급 간부25명은 9일 오전9시30분부터 사내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빠른 시일내에 방송제작에 참여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이날 오후1시30분 열린 사원전체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에 결정키로 했다.
이에 앞서 보도국 차장급 기자들도 8일 오후 별도모임을 갖고 선방송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으나 구체적 방법은 비대위측과 논의해 결정키로 했다.
비대위는 9일 오전 보도국ㆍ아나운서실 차장급대표 간부들을 연쇄 접촉,『선방송정상화는 현단계에서 고려할 문제가 아니며 정상화가 된다 해도 그 시기ㆍ방법은 비대위측에 일임해 줄것』을 요청했다.
한편 KBS측은 8일 오후10시 그동안 방영이 중단됐던 40분짜리 『남북의 창』프로그램을 간부들에 의해 20분으로 단축 방영했고 일부 차장급기자들이 뉴스보도등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KBS측은 또 오는 12일 오후6시 있을 예정인 WBA 미니멈급 복싱세계타이틀 매치(김봉준­파나마의 발라나스)도 군산으로부터 직접 중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BS비대위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7,8일 두차례 정부측 관계자와 접촉을 가졌다』고 밝혔다.
KBS사원 2천여명은 9일 정상출근,각실ㆍ국별로 향후 투쟁방향에 대한 토론을 벌였으며 오후1시30분부터 별관1층 공개홀에서 사원전체회의를 갖고 선방송 정상화문제를 포함한 앞으로의 투쟁일정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KBS사태 줄다리기 한달째
○서사장퇴진 싸고 양측 평행선/끌수록 어려워져… 금주가 고비
서기원사장 임명에 반대,사원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간 KBS사태가 9일로 4주째가 된다. 그동안 KBS비상대책위원회와 정부는 사태해결을 위한 나름의 노력을 했으나 「서사장퇴진」문제에서 평행선을 그음으로써 해결가능성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고있다.
거기에다 14명에 달하는 구속자문제까지 겹쳐 방송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지고있다. 뜨거운 5월이 왔고 「총체적 위기」 상황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기」의 시발이자 핵심이 되는 KBS사태는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할 문제임에도 불구,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KBS비상대책위의 입장과는 별개로 일부 사원들과 간부들은 무조건 방송정상화를 먼저 이루고 그후 서사장 퇴진문제를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나 대세로까지 확대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측과 여러차례 막후 협상도 했다고 주장하는 비대위측은 『현상태에서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구속자ㆍ수배자들의 사법처리등 불리한 결과만 남고 사장퇴진등의 담보도 믿을수 없다』며 제작거부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지금까지 법과 통치권 수호명분으로 도저히 물러설수 없는 선에 와있다며 양보의 기미가 없다
일부 사원들 사이에 시간이 갈수록 제작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 표명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상화조짐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KBS를 수호하겠다는 사원들 전체의 태도앞에서는 무력하다.
차장급간부들등 「방송정상화」를 적극 모색하는 사원들도 『시기와 방법은 비대위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식으로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S 간부사원들은 비대위를 대상으로 『방송정상화가 되면 서사장은 퇴진하지 않을수 없다』는 논리로 설득작업을 펴고 있으나 『한달째 정부측으로부터 당해오기만 했다』는 비대위의 피해의식에 밀려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측은 더구나 정부나 서사장이 아무런 태도변화가 없고 파행방송의 원천적 책임이 있는 이사회도 무책임한 중재로 일관하고 있어 현상태의 정상화는 굴욕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KBS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여러 경로로 이루어졌고 비대위와 정부간의 막후접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막후접촉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기는 하다. KBS사태는 이번주가 고비가 될것으로 보인다.
5ㆍ17과 24일 대통령의 방일을 앞둔 정부로선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파국을 맞게된다는 우려로 이번주내에 극적인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재구성된 비대위측도 시간이 갈수록 시청자들의 파행방송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사원들의 제작참여요구가 생겨나면서 지도력이 약해지고 사원들이 분열되는 것을 막기위해 몇가지 조건을 건 보다 진전된 중재안을 계속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KBS사태해결방법으로 몇가지 안이 제시되고 있다.
막후협상을 통해 정부가 방송정상화이후 일정시기에 서사장퇴진을 보장하는 것,또 구속된 사원의 사법처리완화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구속된 사원의 사법처리에서 기소유예등의 조치가 있고 수배자도 수배해제하면 정부의 태도가 변했다고 보고 비대위가 협상에 나설수 있다. KBS현이사진 사퇴도 돌파구가 될 수있다. KBS이사진 사퇴는 서사장 선출에 대한 일종의 「정신적 원인무효」로 받아들여질수 있기 때문에 새 이사진 선출로 새 사장을 선출할수 있는 길을 열어놓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KBS사태는 사회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기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 되어야한다는 것이 여론의 큰 흐름이다.
정부와 KBS비대위는 막후협상을 통해서라도 타협안을 빨리 만들어야하며 그것을 KBS사원 전체가 수긍할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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