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홍수(부동산 투기대책 점검: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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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조원규모에 대부분 큰 덩어리/토지채권도 금리등 문제점 남아
정부의 초강령한 조치에 따라 대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팔려고 내놓는 부동산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대기업의 과다부동산 보유억제를 골자로 하는 이번 대책의 성패가 바로 이 문제와 직결돼 있으므로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매물로 나올 부동산의 덩치가 크고 무엇보다 이 부동산에 대해서 만큼은 앞으로도 정책당국의 감시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쉽게 「임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경우 토지개발공사가 토지채권을 발행해 사들이거나 성업공사를 통한 공개입찰로 어떻게든 처분하겠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우선 이번 조치가 함축하고 있는 그대로라면 대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매각해야 할 부동산규모는 어림잡아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빚이 1천5백억원이상인 49개여신관리대상그룹이 작년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장부가액기준)은 30대그룹의 13조1천4백억원을 포함,15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중 정부가 제시하는 업무용 이외의 부동산이 전체의 10%인 1조5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게 한은관계자의 전망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장부가액기준으로,이를 시세로 치면 최소한 4조원에 이르며 여기에 증권ㆍ보험ㆍ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까지 합치면 총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현재 이같은 부동산을 해당기업 및 금융기간으로 하여금 자체적으로 처분케 하고 팔리지 않을 경우 택지로 개발가능한 토지는 토개공의 토지채권발행을 통해 사들이며,택지로 쓸수 없는 기타토지 및 건축물등은 성업공사에 맡겨 경쟁입찰방식으로 매각시킨다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토개공의 부채상환용 토지채권은 80년「9ㆍ27조치」 때 처음 등장한 것으로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를 토개공이 매입하고 이 채권을 매각대금으로 주거래은행에 주어 대출금을 갚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같은 용도로 80년 9월이후 82년말까지 발행된 채권규모는 2천억원을 다소 웃돌며 그후 작년까지 발행된 총규모는 3천2백97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채권운용방식은 대출금을 채권으로 받은 은행의 자금사정을 악화시켜 결국 한은이 그 은행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통화증발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고려,정부는 부동산매입대금조로 이번에 발행할 토지채권은 직접 그 기업에 건네주고 기업이 이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 현금화한 돈으로 은행대출을 갚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우 쟁점이 되는 것은 발행금리다.
가장 최근인 88년에 발행된 이 채권의 금리가 연 8%인데 이번에도 만일 같은 조건으로 발행된다면 기업측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8%짜리의 채권을 시장에서 소화시키려면 실세금리인 15%선은 보장해야 하므로 기업측은 그만큼 역마진을 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재무부는 금리조건을 연 11∼12%로 상당폭 현실화시킬 것을 검토중이나 기업측은 시장금리와의 차이만큼은 손해를 볼수 밖에 없고,특히 토개공이 매입할 경우 시세의 80%수준인 공시지가를 적용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점에 대해 부동산값의 상승으로 보유기간중에 생긴 자본이득은 해당기업이 내야할 법인세 및 양도세(특별부가세)를 제외하고는 챙길수 있어 기업측의 손실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발행조건이 어떻든 간에 팔리지 않는 부동산을 이같은 토지채권으로 얼마나 매입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토지개발공사법상 채권발행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합계(현재 9천8백46억원)의 15배까지로 돼 있어 충분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80∼89년까지 이렇게 매입할 토지규모가 고작 3천3백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토개공이 실제로 사들일 규모는 많지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설사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며 통화채권소화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물등 토지채권매입대상이 아닌 부동산은 성업공사에 맡겨 내정가격을 낮춰서라도 매각을 유도키로 했으나 현실적으로 소유주인 대기업 및 금융기관의 의사에 얼마나 반하여 처분시킬 수 있는지도 쟁점거리로 남을 수 밖에 없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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