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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문

한국의 미래, 대학경쟁력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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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그러기에 교육정책은 국가의 먼 미래를 염두에 두고 꾸준한 연구를 거쳐 만들어진 명확하고 실천 가능하며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하고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여선 안 된다. 그런데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그렇지가 못하다. 참여정부 출범 3년 반이 조금 넘었는데 그동안 교육부총리가 무려 일곱 번이나 바뀌고 그때마다 교육정책이 흔들렸다. 물론 21세기의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변해야 할 것도 많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교육정책이기에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은 고쳐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훌륭한 정책이 나와야 된다. 따라서 새로 부임한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책임과 사명을 갖고, 평소 소신을 굽힘 없이 정책에 반영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 연구 경쟁력과 정비례하며 연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다. 국내 대학의 진학률과 이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대학교육 시스템은 국제적 대학평가(IMD) 결과를 볼 때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다. 연구성과 역시 양적으로는 성장하였지만 질적으로는 매우 미흡하다. 그동안 하향 평준화의 결과로 대학 입학생의 질이 떨어지고 획일적이고 단일한 발전모델 추구로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여 대학 간 경쟁을 통해 스스로 생존 방법을 찾게 해야 한다. 무작정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안 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훨씬 더 유리하다.

양극화를 해결하겠다고 자원을 무조건 분배하기보다 선택과 집중, 인수합병 등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공계 대학에서는 공학교육의 혁신과 함께 연구 경쟁력 제고가 매우 필요하다. 공학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가 병행되는 교육, 실험.실습의 강조, 학제 간 협력, 그리고 학문적.산업적 임팩트가 큰 연구와 아울러 공학교육 인증 등 외부의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의 연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연구기반 확충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이다. 학제적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체계 형성이 가능하도록 학부체제를 개편하고 융합 분야의 신규 개설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국제 간 교류를 촉발하기 위해 신진 연구자 또는 박사 후 연수자에 대한 지원사업 확충과 외국의 이공계 대학.연구소.기업 등의 유치를 위한 글로벌 협의체 구성이 바람직하다.

둘째, 연구 역량에 따라 특성화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이것은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즉 글로벌 혁신 대학, 지역 혁신 대학, 지역기반 구축 대학 등 세 가지 유형에 따라 연구 역량별로 특성화된 대학 운영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산학 연계된 인재를 양성할 수 있고 산학 협력 기술개발이 가능해지며, 기술 이전과 사업화 촉진이 활발해질 수 있다.

셋째, 연구관리 제도의 개선이다. 책임 및 참여연구원 연구 보상의 현실화, 원가 계산에 의한 간접비 계상 기준 도입, 연구 수행기관의 연구관리 기능 강화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

넷째, 연구 성과의 사업화가 촉진되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는 대학에서 연구개발(R&D)만 하던 것이 이제는 비즈니스화가 첨가되어 R&BD로 변해가고 있다. 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위해서는 산학 연계에 의한 신산업 창출 지원체계 구축과 혁신 주체 간 교류 증진을 위한 혁신 네트워크 구축 추진이 필요하다.

한국은 아직도 선진 대열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는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 15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선진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안이기에 새 교육부총리에게 기대해 본다.

박찬모 포항공과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