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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매부터 재고까지 컴퓨터로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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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을 기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도심 본점과 함께 영등포·미아점 등 3개 지점을 총괄 운영하는 본사조직을 1천1백 명으로 늘려 전문화시키는 한편 신규점포개설 등을 추진하는 신규사업본부를 대폭 강화, 본격적인 다 점포 경영체제로 돌입한 것이다.
『다 점포 화는 고객을 계속 끌기 위해 필수적인 전략이다. 소득의 증가, 도심교통체증 등으로 분화돼 나가는 지역고객들을 이제는 유통업체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할 단계에 왔다.』(석강 신세계 판촉실장)
그간 도심 고급백화점의 이미지를 고집해 온 신세계의 이 같은 방침선회는 최근 다 점포·대형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유통업체들의 속사정을 말해 주고 있다.
실제 최근 몇 년 새의 내수호황을 타고 지역백화점과 멀리 지방백화점들이 연30∼40%의 신장을 거듭해 온데 비해 도심백화점들은 15%내외의 상대적인 저 성장에 그쳐 왔다.
「좋은 물건은 도심에 가야 살수 있다」는 종래 소비자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이러한 변화는 날로 심해지고 있는 교통체증과 강남 등 지역상권의 성공이 주인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신세계의 경우 3, 4년 전만 해도 본점고객의 60∼70%가 강남고객이던 것이 요즘은 30%를 밑돌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상권의 최대·최고를 지향하는 롯데백화점의「지역1번 가」전략도 줄기는 고객 끌기다.
롯데는 지난 88년 소공동 본점을 1만2천 여 평 매장의 국내최대규모로 확장,「거기가면 없는 게 없다」는 식의 소비자인식을 심어 놓았다.
또 지난해에는 잠실 4만여 평 부지에 위락 및 쇼핑단지인 롯데월드를 개설하고 그 안에 대규모 백화점 2개 동과 전문점 가 등을 선보여 엄청난 흡인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같은 대형화바람은 슈퍼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곳이 희성산업의 럭키슈퍼. 희성은 지난해 잠실올림픽아파트 내에 8백80평 규모의 국내 최대 슈퍼마킷을 개장한데 이어 현재도 2백50평 이상 되는 대형 매장을 잇따라 열겠다는 계획이다.
『식료품을 주로 팔지만 농 수산품만 해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구색을 갖추기에는 1백 평 규모로는 부족하다.
더구나 비싼 임대료와 오르는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보다 넓은 매장에서 매출효율을 높이는 폭으로 전략을 짜지 않을 수 없다.』(민병식 관리담당 이사)희성은 현재 직영하고 있는 30어 슈파마킷 중 올해 안에 1백20평 이하 규모는 모두 폐쇄, 또는 증설할 것을 추진중인데 점포 당 1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이 같은 대형 점 투자를 통해 최근 2, 3년 새 슈퍼업계 1위인 한양쇼핑을 바짝 추격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다 점포·대형화추세와 관련, 주목되는 것이 강남 및 부도심 권·수도권 등으로의 상권확대 조짐이다.
인구밀집지역에서도 상업시설이 태부족하고 대형점포 설치가 도심에 비해 크게 까다롭지 않은 이들 지역으로의 진출러시는 사실 필연적인 추세.
특히 고급아파트와 주택지가 밀집한 강남의 경우는 여전히 황금시장이 되고 있다.
「강남에 터전을 닦지 못한 업체는 더 이상 성장가능성이 없다」는 말이 업계의 금언이 될 정도로 유통업계의 강남공략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앞서 자리잡은 뉴코아·현대백화점등에 뒤이어 최근 1년여 새 롯데월드·현대무역센터점·삼풍백화점등 대규모 백화점들이 잇따라 영업을 시작했고 신세계 역시 1만6천 평 규모의 터미널백화점 건설과 함께 과천·평촌 등과의 길목인 사당동 부근에 새 점포 건설을 추진 중.
이미 지난해말로 강남의 백화점수가 강북(10개)보다 많은 l5개에 이르고 있고 매출액도 1조7백억 원을 기록, 강북(8천2백억 원)을 압도한 상태다.
88년 말 개장해 1년만에 1천억 원의 매상을 올린 현대무역센터점은 1천여 대가 동시주차 할 수 있는 넓은 주차시설로 인근 각지의 씀씀이 큰 고객들을 상대, 당초 예상(5년)을 깨고 영업 2년여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왜 강남에 백화점이 몰려드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현대 측은 무역센터점의 성공비결로 위치와 함께 경영합리화를 포함한 영업력을 꼽고 있다.
이점에서 최근 유통업체들의 새 흐름이 되고 있는 것이 POS(매출과 동시에 자료입력관리) 제 도입을 통한 경영합리화 노력이다.
고객에게 영수증을 끊어줌과 동시에 팔린 상품의 재고상황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상품·고객·매출정보가 본사 경영진 등에 컴퓨터단말기로 전달되는 이 전산시스템은 이른바 다 점포·대형화경영 규모와 이점을 살리는데 불가결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산하 4개 점포를 전산망으로 연결, 총괄하고 있는 신세계의 경우 다 점포 화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인력을 적어도 2백 명은 줄인 것으로 자체분석하고 있으며 지점간의 품절상품보충, 대량 일괄발주 등을 통해 매출효율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소비자들을 계속 끌기 위해서는 다 점포·대형화 등 규모(하드웨어)면에서 뿐 아니라 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유통업체들의 끊임없는 경영혁신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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