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부모」(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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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소년 비행이란 일반적으로 만18세미만의 미성년자인 소년,소녀가 성인이 위반하게 되면 처벌을 받는 법규를 위반한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미성년이란 신분때문에 성인범법자와는 분리되어 취급되며 사용하는 법적 용어도 다르다. 이를테면 성인범죄의 경우에 사용되는 재판,처벌이라는 용어 대신에 심판,보호라는 어휘를 쓴다.
그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까지 범법의 낙인이 찍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행의 내용과 심판 과정을 비밀로 보장한다. 그래서 청소년비행은 성인을 재판하는 일반법정이 아닌 소년법원에서 심판한다.
이와같은 청소년보호사상은 19세기의 아동구조의 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청소년들이 저지른 비행은 처벌되기 보다는 빗나간 행위를 바로 잡아 더 큰 범죄를 예방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 비행은 문제가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해야만 적절한 처우와 보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행청소년을 성인과 분리해 소년법원에서 심판하게 된 것은 영국 관습법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관습법은 법원이 국가를 대표해 모든 청소년의 법적보호자가 됨으로써 친부모의 권리행사를 정지시키는 것인데,그것은 모든 미성년자를 교육하고 돌보는 것이 바로 국왕의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국가의 부모」라고도 한다. 국가가 부모의 역할을 떠맡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국가가 부모의 역할을 떠맡기는 커녕 제도적으로나 사회적 분위기로 청소년들의 비행을 더욱 조장하는 느낌을 준다.
우선 그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학력주의내지는 학교성적 만능주의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많은 청소년들을 비행의 거리로 내몰고 있다.
학교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비행청소년이 될 확률이 높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낙제생이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비행청소년이 될 확률이 높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낙제생이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7배나 되었다. 또 B학점을 맞은 학생은 경찰기록이 없는데 반해 D학점이하는 75%나 되었다.
신문을 보면 고교 3학년의 여학생이 입시부담 때문에 가출,기지촌에 몸을 담고 있었다는 뉴스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교육이 얼마나 병들었기에,또 우리사회의 가치관이 얼마나 비뚤어졌기에 꿈많은 나이의 소녀가 다른데도 아닌 기지촌을 찾는단 말인가. 그 책임을 도대체 누가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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