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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 ‘하이트 보고서’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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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남자의 몸에서 오직 성적인 쾌감만을 위해 존재하는 신체기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페니스는 콩팥에서 여과된 오줌이란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임무가 있다. 그러나 여자에게는 ‘성적 쾌감을 수용한다’는 단 한 가지 역할만 전담하는 신체기관이 있다. 클리토리스다. 그리고 그 모양도 마치 페니스의 축소판처럼 생겨서 많은 사람이 페니스의 상동기관으로 생각한다.

생리적으로 클리토리스는 매우 작은 페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니스와 마찬가지로 좌우 두 개의 해면체와 귀두로 이루어져 있다. ‘클리토리스 후드’라는 주름 모양의 포피에 싸여서 치골에 부착돼 있는 점도 같다. 성 분화의 과정에서 남성호르몬 작용으로 한쪽은 대포 모양의 커다란 크기로, 다른 한쪽은 앵두만한 크기로 다르게 성장한 것이다.

사람에 따라 페니스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듯 클리토리스도 여성마다 형태와 크기가 다르다. 매스터즈 박사와 존슨 여사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당연히 클 것 같은 서양인의 클리토리스가 길이 0.5~2.5mm, 직경 0.2~1.0cm로 매우 다양한 모습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물에 비하면 깨알만한 크기로부터 체리 사이즈까지 천차만별이다. 또한 클리토리스가 클수록 성감도 크다는 속설이 있지만, 그 크기나 모양과 성적 반응의 강약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리고 클리토리스는 크든 작든, 모양이 일그러져 있든 반듯하든 어떤 것에 닿거나 자극을 받으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페니스의 모양과 성감도 사이에 서로 상관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남자이기 때문에 클리토리스가 자극받으면 어떤 쾌감을 느끼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미국 여성들의 솔직한 대답을 담은 『하이트 보고서』에 있는 설명을 통해 막연하게 그 쾌감을 추측해 볼 뿐이다. 전기가 통하듯 찌릿찌릿해지고 콱 밀어올리는 듯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느낌이라고만 적혀 있다. 그러나 클리토리스가 엄청나게 민감한 성감대라는 생리적 이유는 설명할 수 있다.

성감을 일으키는 구체적인 조직은 클리토리스의 말초신경이다. 클리토리스에는 페니스에 분포해 있는 수만큼의 말초신경들이 좁은 공간에 꽉 들어차 있다. 콩알만한 조직에 말초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신경 다발’인 것이다. 이것만 봐도 클리토리스가 얼마나 예민한 기관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신경적 집중으로 말미암아 섹스에서 남녀의 성적 흥분이 같은 템포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클리토리스는 메가D램급 반도체가 내장된 통신기구처럼 지극히 민감한 성감대다.

자극이 있으면 그것을 즉각 대뇌로 송신한다. 그런 민감성으로 인해 클리토리스에 대한 애무나 커니링거스를 하면 여성의 오르가슴 도착은 절반 이상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민감한 탓으로 애무에 의한 자극이 적정수준을 넘어서면, 십중팔구 ‘얼얼하고 아프다’는 불평을 듣기 쉽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릇 애무란 부드러움을 근본으로 행하여야 빛을 발하는 법이다. 너무 강하게 힘이 작용하면 통증을 만든다는 것은 어린이를 귀여워할 때 볼을 꽉 쥐어 결국 울려놓고 마는 것과 이치상 같다. 민감한 여성일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성적 특성으로 여성들이 자위행위를 할 때 클리토리스의 본체인 음핵소체를 직접 자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경우 포피의 양 옆을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가볍게 끼워 넣고 상하로 또는 원을 그리듯 문질러대는 것이 좋다. 클리토리스 신화에 중독된 남성 가운데 아주 서투르고 비과학적인 애무를 하면서 여성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애써 포피를 젖혀 클리토리스가 드러나게 해놓고 세게 문지르거나 입으로 빨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차라리 의복 겉에서 슬슬 만지는 느낌으로 포피 부근을 애무해 주는 것이 훌륭하게 자극하는 방법이다. 여성의 블랙홀은 이처럼 많은 미스터리를 안고 있는 것이다.

곽대희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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