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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당 1000원 셔츠 30장 1시간만에 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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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위아자 행사는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문화예술회관 앞 도로에서 시민 3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대구시와 중앙일보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장터에는 구미 1대학.대구대학교.대구도시가스.한국도로공사경북본부.달서구청.동인제일교회 등 21개 기업 장터(부스)와 시민 개인장터 89곳이 마련돼 가정.기업 등에서 재활용 가능한 물품을 판매했다.

장터는 본사 권영빈 사장과 아름다운가게 박동준 공동대표의 선창에 따라 시민들이 '위.아.자'를 외치며 일제히 문을 열고 판매에 들어갔다.

오전 11시30분 장터 입구에서 열린 개장식에는 김범일 대구시장,노동일 경북대 총장,장경훈 대구시의회의장, 신상철 대구시교육감,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곽대훈 달서구청장,윤순영 중구장 등 내빈이 참석했다.

본사 권 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재활용 가능한 물품을 판해해 수익금으로 불우 학생을 돕고 지구환경을 살리기 위한 행사"라며 나눔장터의 의미를 소개한 뒤 "대구시민이 이 같은 나눔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달라"고 부탁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축사에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나눔장터가 대구에서 열려 매우 뜻깊고 기쁘다"며 "대구시민이 많이 참여해 불우 어린이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마음을 베풀어 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아름다운가게 박동준 공동대표는 "자기가 쓰는 물건을 내놓아 판매하는 재활용 운동을 생활화하고, 우리사회가 지속적으로 이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나눔과 재활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개장식에서는 예원오페라단이 가곡과 색소폰 연주를, 성주 중앙초등교 학생들이 줄넘기 묘기(개인 및 단체) 등을 선사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개장식이 끝나자 내빈들은 기념 촬영을 한 뒤 나눔장터를 둘러보며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했다.

장터에서는 김법일 대구시장이 기증한 넥타이 8점과 김관종 경북도지사의 목제 서각작품,노동일 경북대 총장의 하계U대회 성화봉송대,서경돈 대구가톨릭대학 총장의 론진시계,이진우 계명대 총장의 서예작품,곽대훈 달서구청장의 양복 등의 기증품이 경매로 팔렸다. 경매장소에는 시민들이 빼곡히 둘러서서 경매 진행과정을 지켜보거나 물품구입에 동참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가족끼리 손에 손 잡고 장터를 찾은 시민들도 부스를 돌며 필요한 물건을 고르느라 즐거운 표정이었다.

시민 김후인(41.북구 복현동)씨는 "추석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3만원짜리 안동소주를 9000원에 샀다"며 즐거워 했다.김정남(37)씨는 "6살 애를 위해 동화책 14권을 샀다"며 책이 든 배낭을 내보이며 "싸고 좋은 책이 너무 많다"고 자알했다.

물품 판매자들도 즐거운 표정이었다.대구도시가스 부스에서 옷을 팔던 직원 정혜미(25).박혜경(24)씨는 새 T셔츠를 내놓고는 한동안 "3000원에 팔아야 한다,5000원에 팔아야 한다"고 입씨름. 정씨는 "1시간 만에 직원들이 내놓은 티셔츠 등을 30개(1개당 1000원)를 팔았다"며 자랑했다. 박씨는 "골라 골라 1000원"이라고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는 등 판매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장터가 열리는 동안 본부석 앞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져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첫 공연은 성주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의 '꿈도리 줄넘기 시범단'의 줄넘기 시범.10명으로 구성된 시범단은 경쾌한 리듬에 맞춰 '신나고 다이나믹한 음악 줄넘기''개인 프리스타일과 복수,북합 줄넘기,더블터치 자유연기'등 다양한 줄넘기 시범을 보였다.이 학교 줄넘기 시범단은 2002년 창단한뒤 그동안 전국대회 6차례 우승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 줄넘기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했다또 올해 캐나다 서계줄넘기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금 3개,은 3개,동 6개를 차지했다.

○…낮 12시50분부터 명사 기증품 경매에서는 김범일 대구시장이 내놓은 넥타이가 처음 팔렸다.김 시장이 기증한 넥타이 8점 중 닥스 제품이 경매에 붙쳐져 1만원부터 시작,2만원,2만5000원,3만원을 거펴 시민 허원순(38)씨가 3만5000원에 낙찰됐다.허 씨는 "시장에 맸던 넥타이를 기념으로 보관하기 위해 큰 맘 먹고 샀다.낙찰을 받아 기분이 아주 좋다.장터가 여러 사람이 나눌수 있는 장소여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나온 다니엘 헤니의 빈폴 니트(치수 100)는 정영희(59)씨와 배만진(46)씨가 10여차례 가격 경쟁을 벌인 끝에 7만1000원에 배씨에게 낙찰됐다.배씨는 "직접 입거나 기념품으로 보관하기 위해 샀다"며 좋아했다. 니트를 놓친 정씨는 "옷이 탐났지만 아들이 두명이어서 낙찰되면 누구에게 줄지 고민됐는데…"라며 못내 아쉬움을 달랬다.

○…80여곳의 시민장터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나와 옷.신발.장난감.책 등을 팔았다.

어머니 임미열(44)씨와 함께 장난감을 팔던 아들 전진훈(10.초등 3년)군은 "장난감 1개에 300~1000원에 팔고 있다"며 "판매 수익금 반은 기부하고 반은 저금해 좋은 일에 쓰겠다"며 의엿하게 말했다. 임씨는 "아이에에 안쓰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과 돈의 가치를 깨우쳐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애 옷과 장난감 등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구 위자아 나눔장터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곳은 가족신문 만들기 코너.신청자들이 몰려들자 먼저 사진 촬영을 한 뒤 번호표를 나눠주고 1,2시간 뒤 찾으러 오도록 했으나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날 오후1시쯤 51번째로 사진을 찍은 변자은(14.이곡중 1년)양과 동생 규연(6)군은 가족장터를 연 기념으로 가족신문을 신청했다.변양은 "아버지는 못오셨지만 어머니께서 장터를 지키느라 함께 사진을 못 찍어 아쉽다"며 "처음엔 어색했지만 물건이 하나 둘씩 팔리니까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변양은 옷.학용품.책 등 20여점을 가져와 2만여원에 모두 팔았다.변양은 "1만원은 기증하고 1만원은 모아뒀다가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공장장 장병조)은 사원과 주부봉사단 50여명이 노트북.컴퓨터.카메라.디지털 복합기.의류 등 1000여점을 내놓았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제품은 노트북.장터가 시작되기 전부터 노트북을 살려는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고 경매를 통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데스크탑 컴퓨터(586급)도 3만원에 팔렸다.

이번행사를 위해 임원들은 애지중지하던 카메라등을 먼저 내놓았고,기숙사 여사원들은 청바지 500벌 등을 모았다.청바지는 1000~3000원선에 팔렸다.청바지도 손님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사이즈별로 정리해 놓았다.

판매는 여사원들과 사원부인들인 주부봉사단원들이 맡았다.주부봉사단원 김정숙(37)씨는 "평소 무의탁 노인의 도시락 배달 등의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위아자 장터의 봉사는 새롭다"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의류 4점을 1만5000원에 구입한 신정숙(45.대구시 달서구 도원동)씨는 "깨끗한 옷을 싸게 구할 수 있었다"라며 흡족해 했다.

강남규(37) 과장은 "많은 물품을 모으기 위해 사내 인터넷과 게시판 등을 통해 한달동안 알렸다"라고 말했다.

○…"예쁜 물건 많아요""물건 사러 오세요"

개인장터를 연 김경수(10.대진초등 3년).경원(7.가야유치원)형제가 고함을 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웃으며 몰려들었다. 칼라 사인펜을 들고서는 "한달전에 선물받은 새 것"이라며 능청스레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가장 아꼈던 캐릭터 카드 '유희왕'도 내놓았다.경수군은 "너무 많이 갖고 놀아 끝이 달았지만 이제는 새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다"라고 말했다.어머니 박선영(40.대구시 달서구 도원동)씨는 아들들과 가격을 정한 뒤 풍선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나눠주며 분위기를 띄웠다.박씨는 이번 행사를 위해 여성문화복지회관에서 '풍선아트'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박씨는 "필요없는 물건을 판 뒤 아이들과 함께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해 갈 계획"이라며 "아아들에게 경제교육을 시키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으로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체험시키려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희진(40)씨는 딸 수민(11 죽전초등 4년)양이 말하는 곰인형을 2000원에 팔아버리자 "적어도 5000원은 받아야 하는 데..."라고 충고를 하다 오히려 핀잔(?)을 듣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수민양이 판 인형은 넉달전 고모가 3만8000원에 사서 준 생일선물로 유치원생에 어울리는 것이어서 한 번도 써보지 않고 보관해왔다는 것.

김씨는 "가격 결정 등 가게 운영 전권을 수민이한테 줬더니 수익보다 판매 건수 올리는데 더 재미를 붙이는 것같다"며 "하지만 돈을 어떻게 벌고 쓰는지 경제공부도 되고 이웃사랑에 동참하는 즐거움도 누리는 것같아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민˙대희(10) 등 두 자녀와 아내(38)˙어머니(67)를 포함해 5가족이 총출동한 김씨네 가게는 의류 장난감 비디오테이프 등 50여점이 불과 2시간여만에 20여점이 팔려 4만여원의 수익을 올렸다.

대구=이기원,황선윤,김상진 기자

○…C&우방랜드가 개설한 가게에서는 산요전축이 단연 인기.

이 회사 홍보담당 직원이 10여년전 구입했다가 기증한 이 제품은 개장 2시간 전인 23일 오전 9시30분쯤 3만원이란 가격표가 붙자마자 이웃가게 자원봉자자들까지 몰려 10여명이 신경전을 벌이다 개장직후 장모(50.공무원)씨가 차지했다.

장씨는 "전축 수집이 취미"라며 당장 구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우방측이 "간판 품목이어서 정오까지는 손님끌기용으로 전시해둬야 한다"며 판매를 보류했고,이에 장씨가 1만원의 선금을 걸어 점을 찍자 곧바로 김모(49.회사원)씨 등 서너명이 잇따라 5만원,7만원,10만원에 사겠다고 나서는 등 혼란을 겪기도 했다.

결국 최백순 C&우방랜드 사장이 "한번 정한 가격을 바꾸는 것은 위아자 판매행사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판매방침(?)을 재확인함으로써 3만원에 장씨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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