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평생 걸쳐 맛볼 '음악 메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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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음반을 사기 위해 레코드숍에 방문하면 음반 수집광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떠올릴 법한 의문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특정 작곡가나 연주자라면 어떤 음반이건 다 사서 들어야겠지만 다른 작곡가나 연주자라면?

음악을 감상할 때도'편식'은 나쁘다고 하니 골고루 들어보고 싶은데 무엇부터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 두 책은 이런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훌륭한 길잡이다. 클래식의 경우 연주자별로 대표적인 음반을 소개하는 책도 있지만 연주자에 따라 같은 곡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 궁금한 독자가 아니라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소개되는 작품이 몇 안되는 유명 레퍼토리로 좁혀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반해 대중음악에선 아티스트(연주자)가 발표하는 음반(연주) 자체가 새로운 작품이다. 다른 그룹의'작품'을 리바이벌 또는 리메이크하긴 해도 악보대로 다시 연주하는 경우는 없다.

'…음악여행'은 중세시대부터 20세기 후반까지 135명에 이르는 작곡가들을 시대별로 정리한 책이다. 모차르트 같은 유명 작곡가는 물론 피아노 교본'소나티네'의 작곡가로만 알려진 클레멘티의 음악세계까지 조명한다. 저자는 음악은 작곡가의 삶과 당시 사회상황과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 후기 낭만주의, 20세기 전반, 20세기 후반으로 나눠 각각의 시대적 배경 설명을 곁들인다. 음악은 아무리 그럴듯하게 설명해도 한번 들어보는 게 더 이해가 빠르다. 작곡가별로 대표작 하나를 선정해 추천 음반을 한 장씩 소개한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그라모폰'지에서 뽑은 음반이다. 저자는 '보는 음악'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책장을 넘기면 미술이나 사진 책으로 착각할 정도다. '피아노 치는 리스트''살롱에 있는 쇼팽'등 음악가와 음악을 소재로 한 회화들로 빼곡하다.

'죽기 전에…'는 록큰롤.재즈.펑크.디스코.소울.힙합.월드뮤직 등 1950년대부터 2005년까지 다양한 대중음악의 장르를 1001장의 음반으로 요약했다. 아티스트별로 대표적인 앨범 1장씩, 가급적 CD로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골랐다. 비틀스나 엘비스 프레슬리, 마돈나처럼 대중적인 아티스트나 펄 잼처럼 실험적인 그룹이나 같은 비중으로 다뤘다. 그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의 대중음악을 망라했다는 얘기다. 음반 커버를 들춰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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