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씨 파리연주회 열기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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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씨(34)의 파리 바스티유오페라 개막공연 열기가 채가시기도전에 이번에는 그의 누이인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씨(42)가 파리에서 연주회를 갖게돼 파리음악계에 큰 화제가 되고있다.
「최근 20년간 가장 위대한 기악연주자」(영국선데이타임스)로 선정되기도했던 세계적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씨의 이번 연주회는 한국출신 음악가의 연이은 파리공연이라는 점에서, 더구나 그것도 한집안 오누이의 잇단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곳 음악계는 그녀의 파리공연을 「또다른 정씨의 파리입성」(르피가로지)이라고 표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연주회는 프랑스국립교향악단과 미국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필립 몰과의 협연으로 22일과 26, 27일 세차례에 걸쳐 파리시내 르노바로음악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씨는 이번 공연에서 헨델과 그리이크,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얼린과 피아노2중주곡 및 브람스의 「바이얼린을 위한 협주곡」등을 연주하게 된다.
현재 영국 켄트시에 살며 집안일과 연주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녀를 전화로 만나 몇가지 물어봤다.
-우선 요즘 근황부터 얘기해주시지요.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이미 한 것과 앞으로 할 것을 합쳐 이번시즌(작년9월∼올 6월말)에만 모두 60회의 연주회가 짜여져있고, 3회의 레코드취입이 계획돼있어요. 그러다보니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 아이들에게 미안할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녀는 영국인 사업가 레게트씨와 결혼, 재곤(5)과 유진(2)등 남매를 두고 있다.
-한국의 정씨남매가 파리음악계를 휩쓴다고 이곳 언론들이 온통 야단인데, 이번 연주회가 파리에서의 몇번째 공연이 됩니까.
『워낙 경황없이 살다보니 정확히는 기억할 수가 없군요. 몇차례 파리공연을 갖긴했는데 처음 파리연주회는 아마 71년에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그동안 그녀는 뉴욕·필라델피아·클리블랜드·로스앤젤레스등 미국무대에서 주로 활동했고, 유럽에서는 파리보다 런던·베를린·잘츠부르크등 영국과 서독·오스트리아등에서 주로 연주회를 가졌다고 덧붙인다.
-동생 명훈씨의 바스티유오페라 개막공연이 대단한 성공을 거둔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남매간을 떠나 같은 음악가로서 동생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번 바스티유오페라 개막공연에서 그가 처해있던 여러가지 힘든 조건들을 생각해볼때 그의 성공은 하나의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에서 기적이라는게 그냥 일어날 수는 없어요. 그만한 노력과 정성을 쏟았기 때문에 가능한거지요. 명훈이는 말할수 없는 노력가입니다. 어려서부터 이건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일단 생각하면 그냥 적당히 넘어가는 일이 없었어요.』
어려서 동생이 피아노를 시작할때 언니인 명화(첼리스트)와 자신은 음악을 한다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니라는걸 이미 잘알고 있었기때문에 동생에게 피아노보다 더넓게 세상을 봐야한다고 충고해왔지만 누나들 영향을 받아서 인지 그가 너무 음악을 좋아하는데다 재질도 있어 결국 더이상 말리지 못했다고 전해준다.
-동생과는 자주 만납니까.
『저는 영국에 있고, 명훈이는 파리에 있지만 서로가 워낙 바쁘다보니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이번에 파리에 가면 만나게 되겠지요.』
현재 정명훈씨는 플로렌스오페라 지휘를 위해 이탈리아에 가있기 때문에 5월중순께나 돼야 파리에 돌아올거라고 알려주자 그녀는 깜짝 놀라며 『그정도로 서로 바쁜 처지』라며 동생을 보지못하게 되는것을 아쉬워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이들 둘을 기르며 연주활동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 생각만 들고요. 그렇지만 앞으로도 최소한1∼2년은 지금처럼 바쁜 생활을 할수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런던에 살던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 한적한 켄트시로 집을 옮겼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다행이라고 말한뒤 연주회로 서독에 가야하는데 비행기시간때문이 더이상 얘기를 못해 미안하다며 서둘러 전화를 놓았다. 【파리=배명복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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