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성심시녀회 「요셉의 집」(주말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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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굶주린 이웃에 빵… 목마른 형제에 물을…/소년가장·무의탁행려자에/무료점심으로 “사랑”실천/매일 3백명 식사제공에 보람/여성봉사자도 앞장… “자존심 생각해 100원 받지요”
『굶주리는 이웃에 빵을,목마른 형제에게 물을.』
매일 낮12시 소년·소녀가장,무의탁자,행려자들이 모여드는 울산시 학성동 「요셉의 집」은 모처럼 행복해 하는 불우이웃들의 웃음으로 가득찬다.
굶기를 밥먹듯해온 이들에겐 정성스런 깍두기반찬,구수한 된장국이 진수성찬이기만 하다.
예수성심시녀회(원장 탁정자)가 9일부터 문을연 「요셉의 집」은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불우이웃을 위해 무료급식을 해주는 사랑의 나눔터.
50평 남짓한 비좁은 단층 슬레이트 집이지만 불우이웃들이 만나 외로운 마음을 서로 달래기엔 충분히 넓다.
『인간을 가장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굶주림 아니겠어요.』
탁원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수녀·자원봉사자들은 하루 3백여명분의 식사준비에 숨돌릴 겨를조차 없다.
「요셉의 집」이 문을 열게된데는 한 신자의 박애정신이 밑거름이 됐다.
울산시 학성동443 권달천씨(53·본명 요한)가 시가 2억원이 넘는 땅을 희사했기 때문이다.
권씨는 『지금은 점심 한끼밖에 제공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더많은 뜻있는 사람들이 나와 이웃들에게 하루 세끼를 나눠 줄수 있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셉의 집」에는 예수성심시녀회 소속 김아오스딩(50)·이포티나(36) 수녀가 도맡아 가난한 형제들의 수족이 되어준다.
이들 수녀들을 도와 울산시내 지음·월평·전하·감포등 8개지역 성당에서 여성봉사자 7∼8명씩이 매일 돌아가며 식사준비를 한다.
김아오스딩수녀는 『봉사원들이 집에서 깍두기·된장·젓갈등 반찬들을 가져와 굶주린 형제들을 위로할수 있지만 어려운것은 찾아드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 장소가 비좁아지는것이 문제』라고 했다.
낮12시부터 오후4시까지 4시간동안 눈코뜰새 없이 바쁜 봉사원들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게 너무나 가슴뿌듯하다』고 했다.
하루 3백여명의 점심상을 준비하는데 드는 경비는 10만원안팎. 각종 반찬은 모두 봉사원들이 가져와 상을 차리기 때문에 시중음식점 점심식사보다 성대할때가 많다.
「요셉의 집」이 꼭 지키는 것은 한끼 식사에 1백원을 받는것.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배고픈 자에게 빵을 나눠주는 것이지만 소외된자들의 자존심을 생각해 1백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포티나수녀는 『그래야만 매일 주저없이 이들이 찾아들수 있지 않겠느냐』며 『「요셉의 집」을 부담갖지 않고 잠자고 생활할수 있는 「나눔터」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불구인 부모를 모시고 찾아온 남금주양(15)은 『점심은 굶는 것이 예사였는데 이젠 한시름 덜었다』며 기뻐했다.
집없이 혼자 사는 박막순할머니(72)도 1백원짜리 동전 한닢 내놓고 오랜만에 배고픔을 잊었다.
「요셉의 집」으로 이름붙인 것은 예수의 양부 요셉이 목수출신으로 가난한자·노동자·임종자의 주보성인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포티나 수녀는 『「요셉의 집」문은 비록 좁지만 누구나 두드리면 항상 넉넉하게 열린다』며 더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을 아쉬워 했다.<울산=김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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