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인문학상] 평론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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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심에서 주목했던 작품은 '생의 경계에서 만난 눈부신 지구-황동규의 '꽃의 고요''(이상은), '행복과 비참, 그 경계에서 몸 찾기-이성복론'(박성필), '웃음의 정치학, 페르소나에 가려진 슬픔-박민규론'(이정현), 그리고 양윤의씨의 '얼굴 없는 사제의 숭고한 문장들-김훈의 '칼의 노래', '강산무진'을 중심으로' 등이다. 비평의 논리와 형태를 우선할 경우, 모두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음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생의 경계에서 만난 눈부신 지구'의 경우는 문제의식이 출중하다. 그러나 자신이 발견해낸 주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비평적 논의 자체가 단편적이라는 결함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과 비참, 그 경계에서 몸 찾기'는 유사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기성 평단의 논의를 뛰어 넘는 패기가 부족하다. 글 자체가 자기 논리의 일관성을 무난하게 유지하고 있음에도, 주제의 독창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웃음의 정치학, 페르소나에 가려진 슬픔'은 신선한 주제를 활달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각 장의 첫머리에 인용하고 있는 유명 문인의 글귀가 자기 논의와 별로 상관없는 멋 부리기처럼 보이는 점,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써놓는 무성의함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당선작이 된 양윤의씨의 '얼굴 없는 사제의 숭고한 문장들'은 소설의 언어와 문장에 대한 논의를 기초로 하여 그 서사구조의 성취를 설명하고자 한다. 문체 분석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언어와 문장 자체의 물질성에 주목하면서 서사구조의 특성과 그 이데올로기를 읽어내는 태도가 매우 진지하며 논리적이다. 서사적 담론의 분석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자기 주제에 대한 확신을 심화시키는 풍부한 논의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양윤의씨에게 축하를 보내며, 모든 응모자들에게도 더욱 정진할 것을 당부 드린다.

◆ 심사위원=권영민.최동호(대표집필 권영민)

◆ 예심위원=우찬제.홍용희.권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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