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日 아베호…주변국과의 외교관계 난항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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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최악의 궁합'이라 불릴 만큼 고이즈미 총리 정부가 집권한 지난 5년 반 동안 한일 관계는 급속히 경색돼 왔다. 이에 따라 아베가 총리로 당선되면 한일 교착상태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대두되기도 한다.

고이즈미 총리의 괴팍스러움 대신 아베 장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베 새 총재 당선자가 고이즈미의 정치적 적통임을 고려한다면 관계 정상화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 정권 당시 한일 사이에 발생한 큼직한 마찰들의 중심에는 대부분 아베 장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종군위안부는 허구다", "후쇼샤(扶桑社) 역사교과서 채택에 앞장서야 한다"는 등의 언급으로 그간 자신의 굴절된 역사관을 증명해왔다.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 참배에 대한 아베 장관의 태도에서도 그의 내면에 우경화와 군국주의의 망령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총리의 신사 참배는 당연하며 차기, 차차기 총리도 이를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일본 중, 참의원 100여 명으로 구성된 '야스쿠니 참배 젊은 의원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장관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일본 과거 군국주의의 상징' 혹은 '전쟁 미화'라고 여기며 비난해 온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나치게 미국 의존적인 아베 장관의 외교정책 또한 대아시아 관계를 악화시킬 전망이다.

미국과 보다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일본은 아시아에서 리더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는 지난 14일 도쿄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국익을 위해서 국제사회에 단호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이 아시아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외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일본은 국제사회 규범을 정하는 등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아베 장관에게 외교란 미국과의 우호관계 강화를 위해 '국익을 지키는 것'이지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결국 아베 장관의 총리 취임 후 일본 외교는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면서 아시아 국가들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 일본의 대아시아 외교관계는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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