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조금 수금에 교사들 “홍역”(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7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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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당 최고 5백만원까지/목표달성 못하면 “무능”낙인… 반강제 일쑤 서울강남 S중학교에 재직중인 신모교사 (37)는 요즘 혹시 자신의 주업은 「수금원」이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부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 10년간 서오는 교단에 회의를 느낀다.
해마다 새학년이 되면 담임교사들은 육성회임원ㆍ새마을어머니회원등을 선정,이들로부터 각종 찬조금을 수금(?)해야하는 홍역을 치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달 중순께 열린 교무회의에서 『학급당 10명씩 육성회임원을 뽑아 1인당 30만원씩의 찬조금을 거두라』는 교장의 엄명이 떨어졌다.
게다가 새마을 어머니회원도 학급당 10명씩 선정해 1인당 2만원씩을 거두라는 것이었다. 학급당 3백20만원의 찬조금 수금 목표액이 담임들에게 할당된 셈이다.
이에 평소 육성회찬조금등의 잡부금을 담임에게 떠 맡겨온데 불만을 품고 있던 몇몇 젊은교사들이 『너무 부담이 크다』며 반발하자 교장은 즉석에서 『10만원을 깎아줄테니 20만원씩 거두라』며 흥정하듯 나와 결국 2백20만원에 낙찰(?)됐다.
신교사는 성적이 상위권에 있는 학생과 가정환경조사서를 보고 전화를 했다. 그러나 학부형들의 반응도 예전같지 않아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았다.
중2,고1 두아들을 둔 학부모 이모씨 (여ㆍ서울 청담동)는 지난달 두아들이 다니는 학교 담임으로부터 동시에 육성회이사가 됐으니 찬조금을 내라는 전화를 받고 곤혹스러웠다. 남편이 대기업 중견간부이고 아이들 성적도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라 지난해에도 큰아들학교에 육성회 이사로 뽑혀 학년초에 30만원을 냈고 학교행사등이 있으면 수시로 몇만원씩을 기부해 왔다.
남편이 아무리 대기업간부라지만 월급쟁이 살림에 그만한 지출은 가계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돈을 내지 않았다간 담임에게 밉보여 아들이 학교에서 기나 죽지 않을까 두려워 울며겨자 먹기로 돈을 냈던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아이 학교에 동시에 찬조금을 낼 형편은 못되었다.
더구나 작은아들은 반장으로 선출됐지만 「예비수험생」이된 큰애 학교만 찬조금을 내기로 하고 둘째아들을 달래 반장자리를 사양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학년초만 되면 각급 학교는 육성회임원선출에 따른 찬조금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서울P국교 김모교사(32)는 『모금자체가 학부형들이 자진해 내는게 아니라 대부분 반강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부모와 교사들간의 불신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들고 『교사로서도 각종 찬조금을 많이 걷는 교사가 유능하고 그렇지 못하면 무능교사로 찍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김교사는 또 『찬조금액수도 지역,공ㆍ사립에 따라 천차만별로 학급당 20만∼30만원정도 책정하는 곳도 있는 반면 서울강남의 경우 학급당 4백만∼5백만원을 육박하는 곳도 있다』고 털어놨다.
대구K고교 정모교사(33)는 『육성회장이나 총무등 간부들은 일률적으로 내는 찬조금외에 따로 돈을 더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교장ㆍ교감등도 이들에게 굽신거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육성회 임원들이 낸 찬조금은 방송ㆍ비디오ㆍ컴퓨터등 학교시설이나 각종행사,자율학습감독교사수당등에 쓰여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모금과정이 음성적이고 예ㆍ결산이 공개되지 않아 「비자금」으로 취급돼 학교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또 육성회가 일부학교에서 교원인사등 학교행정에까지 간섭하고 있어 교권을 누르는 압력단체로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2일 전남고흥군P중학교 교문앞에서 이학교 육성회장 송모씨(50)를 비롯한 육성회 임원들이 『지난해9월 평교협이 결성된후 학생들의 학력저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핵심교사 2∼4명의 인사조치를 요구하며 등교학생들을 집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들은 이밖에도 보충수업,교사의 수업방식ㆍ생활지도등도 문제삼고 나섰다. 이같이 육성회를 둘러싼 문제점들이 노출되자 최근 「참교육학부모회」를 중심으로 육성회비 반환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공항고1,3년생의 학부모인 임길수씨(43ㆍ사업)가 이학교 교장을 상대로 지금까지 납부한 육성회비 70만원의 반환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최영주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역회장은 『현재 법률상 육성회비는 강제징수할수 없게 돼 있는데도 등록금납입때 의무적으로 징수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최회장은 『모든 학부모가 육성회비를 내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육성회원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않다』며 공개적인 육성회운영을 촉구했다.
서울J고 박모교사(40)는 『교육재정이 절대부족한 우리교육현실에서 육성회가 건전하게만 운영된다면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육성회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위해서는 임원구성과정에 담임교사를 통하지 않고 전체가 참여하는 자발적 기구가 돼야하고 예ㆍ결산을 공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헌기자>PN JAD
PD 19900414
PG 06
PQ 01
CP KJ
DO G
CK 08
CS B05
BL 1297
GO 시황
GI 손장환
TI 증시 바닥이 안보인다/기관,주식거래비중 5%도 안돼(시황)
TX ◎교체매매 허용등 추가조치 절실
○…지난주 증시는 그야말로 최저치 경신의 연속이었다.
종합주가지수 8백20선이 깨지면서 계속 연중 최저치를 기록해 나가던 주가는 지난 11일 8백10선 붕괴를 앞두고 한차례 저항을 나타냈을뿐 부동산투기억제 대책도 떨어지는 주가를 붙잡지 못했다.
그러나 거래량은 기관들의 개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하루 1천만주 정도를 유지,「주가가 떨어지면 사겠다」는 매수세도 꽤 나타나고 있다.
한편 지난주에도 종합주가 지수는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대형주 약세,중소형주 강세현상이 계속돼 내수중심의 중소형주 종목을 선택한 투자자들은 짭짤한 투자수익을 올렸다.
○…종합주가 지수가 연일 연중최저치를 기록하며 14일 8백선이 무너지자 증시일각에서는 또 다시 「위기론」이 등장하고 있다.
8백50대부터 『여기가 바닥권』이라고 얘기해 오던 사람들도 이제는 입을 다물고 있는 현재의 시장기조로 봐서는 약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8백20,8백10선이 차례로 무너질때 안절부절하던 모습과 달리 많은 증시전문가들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다.
차라리 심리적인 부담을 없애고 다시 출발하는 발판을 만들자는 것이다.
다만 투자자들이 「지수 8백선」에 대해 심리적인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선이 무너진 이후 자칫 투매현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기는 하다.
정부의 부동산투기억제 대책이 증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은, 물론 현재의 증시분위기가 웬만한 호재에는 움직이지 않는 침체분위기인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정부나 투자자들이 「쇼크 요법」에 면역이 됐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부동산대책으로 곧바로 부동산투기가 잡힐리야 없지만 증시로 봐서는 어쨌든 긍정적인 쪽으로 작용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번쩍 뜨이는 「특별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실망을 표명하는 것은 증시에 퍼져있는 무력감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침체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손발이 꽁꽁 묶여있는 투신ㆍ증권사등 기관들에 과감한 교체매매를 허용해 돌파구를 찾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식전체의 20%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이 주식거래의 5%도 책임지지 못하는 현상황에서 주가 반등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우선 당장은 무리가 따르겠지만 약세장일수록 기관들이 증시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기관들의 책임과 활발한 움직임이 어느때보다 강조돼야 할 시점이다.
한편 증권사들에도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손해도 감수한다는 정신이 요구되고 있다.
지수 8백선이 무너진다고 곧 증시가 붕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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