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직업 ④|항공분야 수요대비 국제정치변화 신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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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주)한국IBM의 컴퓨터 세일즈맨 함광선씨(33)는 요즘 새로 나온 컴퓨터의 성능을 분석하고 동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제정치의 변화가 세계 항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분석하느라 정신이 없다.
컴퓨터를 판매하는 일이 주업무인 함씨가 컴퓨터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의 변화에까지 신경을 쓰는 이러한 모습은 일반인에겐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다르다.
함씨는 컴퓨터세일즈는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것과같은 단순한 세일즈가 아니라 컴퓨터의 시장수요를 리드하고 자사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의 경영합리화까지도 신경쓸수 있는 경영 컨설턴트에 가깝다고 말한다.
따라서 IBM에서 항공산업담당, 특히 대한항공을 담당하는 그에게 있어 KAL이 모스크바에 취항하고 소련 아에로플로트기가 서울에 취항하는등 최초의 변화는 무척이나 중요한 상황 변화라는 것이다.
함씨는 요즘엔 특히 세계 항공산업의 동향과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KAL의 내부 움직임, 경쟁항공사의 움직임등을 분석해 KAL의 업무가 어떤 식으로 개선될 것이며 그러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선 어떠한 능력이 부과된 컴퓨터가 필요할 것인지를 면밀히 분석하고있다.
그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담당회사인 대한항공에 전화를 하고 관련자료를 스크랩하며 새로 나온 기종의 컴퓨터 성능을 마스터하느라 정신이 없다.
전산관련학과가 아닌 천문학을 전공한 함씨가 이러한 과정을 원활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선 전공학과 출신들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또 IBM은 철저한 책임주의를 추구하기때문에 그의 업무에 대한중압감은 대단하다.
IBM은 별도의 교육시스팀을 운영중인데 IBM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르는데 보통 6개월정도가 소요되고, 전문화된 지식을 갖고 고객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준에 도달하기까진 3년이상이, 또 전문세일즈맨이 되어 전체 산업의 흐름을 분석하고 고객의 자문역할까지 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최소한 6∼7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현재 IBM엔 컨실팅기능까지를 담당할수 있는 컴퓨터 전문 세일즈맨이 함씨를 포함, 약60명선이고 우리나라 전체로는 1백여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함씨는 83년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IBM에 입사, 컴퓨터 세일즈맨의 길을 걸어왔다.
함씨가 말하는 보다 더 새로운 지식과 넓은 세계란 IBM 본사에 1∼2년만이라도 근무하면서 첨단의 영업기획 방법과 보다 더 세밀화된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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