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폭력 책임전가 “말썽”/한국인을 오히려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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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군측/합동 현장검증도 불응/한남동 미군폭력사건
8일 서울 한남동에서 발생한 미군의 한국시민에 대한 폭력사건과 관련,미군 당국과 미군 언론기관이 이 사건을 한국 시민이 미군에 가한 집단공격 행위로 규정,한국인을 오히려 비난해 물의를 빚고있다.
더구나 미군당국은 이사건에 대한 한국경찰의 합동 현장검증등 수사협조 요청에 불응하는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미8군 142헌병중대소속 게리슈와브 중사(35)·스티븐폭스일병(18)등 2명이 8일 오전 1시20분쯤 서울 한남동 124 뉴홀리데이호텔앞 길에서 연쇄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미8군 1통신여단소속 군속 케네스 맥거원씨의 승용차를 뒤쫓던 백봉훈씨(24·상업) 등에게 권총을 겨누고 곤봉을 휘두르는 등 행패를 부려 백씨등 시민 7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미군 당국은 사고직후 이를 「한국인들에 의한 집단공격(Mob Attack)」으로 발표한데 이어 11일 맥거원씨가 연쇄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미헌병들이 권총·곤봉으로 피해자와 시민 2백여명을 위협한 사실을 무시하고 사태 격화의 원인을 언어장벽,관련 한국인의 음주,승차 무질서로만 국한시켰다.
미군 당국은 또 『맥거원씨가 혼잡한 유흥가 지역을 운전하고 지나갈때 몇명의 한국인들이 차위에 올라가 유리창을 깨고 강제로 차를 멈추게 했다』며 『현장을 순찰중이던 미헌병이 우연히 이 사건을 목격하고 차를 멈추자 한국인들이 갑자기 미헌병과 차량에 대해 공격을 가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주둔 미국군인·군속원및 가족들을 위해 발행되는 미군 일간지 성조(Stars&Stripes)지 태평양판은 11일 「미국인들이 서울에서 폭도에 쫓기다」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맥거원씨가 사고지점을 지나다 수많은 한국인들에 의해 구타당하고 차량이 큰 손상을 입었으며 현장을 순찰중인 헌병이 이를 수습할때 군중들이 공격하는 바람에 인근 파출소로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당국은 현재까지 맥거원씨와 헌병 2명의 신병을 경찰에 인도하지 않은채 10일 오후 2시로 통보된 한국 경찰과의 합동 현장검증에도 『한국기자들이 미군측에 대해 불리한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관련자들을 불참시켰다.
한편 한국 경찰도 미군의 권총위협및 곤봉사용 사실을 은폐한채 상부에 수사보고해 미군 당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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