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간 이란 대통령 "차베스는 나의 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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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반미(反美) 쌍두마차'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사진(左)) 이란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7일 정상회담을 열고 끈끈한 유대를 과시했다.

이날 베네수엘라를 처음 방문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차베스를 "제국주의와 투쟁하는 지도자이자 나의 형제"라고 칭송한 뒤 "양국은 공동의 이해관계와 목표를 갖고 있으며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차베스 대통령도 "두 나라의 혁명은 서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화답했다. 친미 지도자를 축출한 1979년 이란 혁명과 자신의 반미 정책 사이의 동질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이 "이슬람 세계를 악마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후 두 나라가 공동 투자한 정유공장을 방문, 공장 내 이슬람 사원을 둘러봤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두 반미 지도자들의 공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들은 이번 주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나란히 뉴욕으로 향한다. 아마디네자드는 유엔 총회에서 이란의 핵 개발 권리를 강조하는 한편 다른 중동국가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으로 베네수엘라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차베스는 다음달 선거에서 이사국이 될 경우 미국의 이란 제재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이란은 핵 무기를 만들고 있지 않다"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껄끄러운 베네수엘라 대신 과테말라를 안보리 이사국으로 밀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경제 협력도 가속되고 있다. 양국 석유 회사들은 이미 80여 건의 계약을 한 데 이어 아마디네자드의 베네수엘라 방문을 계기로 석유.시멘트.무기 공장 건설 등에 20억 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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