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크렘린궁에도 공보실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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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크렘린궁에 소련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의 홍보를 담당할 공보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크렘린 대통령실의 공보비서실규모는 공보비서와 그를 보좌할 한사람의 비서외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소련국가원수의 공보비서실 신설은 소련의 정치에 또 다른 새로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이 공보비서실을 신설한 것은 지금까지 인식되어온 크렘린궁의 장막을 거두어 새로운 정치스타일을 보여줌으로써 해외에서의 높은 인기와는 달리 낮은 국내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첫 공보비서로는 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에서 특파원과 편집책임자등으로 20년간 언론계 생활을 한 아르카디 마스레니코프씨(58)가 임명되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후 기자생활을 시작한 마스레니코프씨는 프라우다 런던특파원으로 있던 84년 공산당서기장 자격으로 런던을 방문, 처음으로 서방언론의 호의적 반응을 받은 고르바초프와 첫 대면했었다.
그는 지난해 의회인 소비에트 최고회의 대변인으로 임명되었다가 대통령공보실이 신설되면서 이번에 그 자리를 맡게 되었다.
공보실 창설후 처음 열린 지난3일의 마스레니코프 크렘린 대변인의 첫 뉴스브리핑은 그 형식이나 대변인의 미소·확신·달변등이 서방의 대변인들과 거의 비슷했으나 소련대통령을 전지전능하고 대체불가의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할애되었다고 참석한 미언론특파원들은 전하고 있다.
이 브리핑에서 마스레니코프대변인은 소련의 정치·경제·문학·사회등 모든 분야가 소련대통령권한의 영역안에 있고 침체되는 경제와 리투아니아사태 뿐아니라 경찰의 부정, 젖소 도살문제등 크고 작은 문제에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어떻게 각료들에게 대응토록 하고 있는 지를 전했다.
질문을 무시하거나 질문자를 뚫어지게 노려보기도 한 크렘린의 첫 대변인은 이날 소련내 현재의 혼란으로 서방에서와 같이 새대통령취임후 대통령과 언론간 1백일간의 밀월관계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엄살을 떨기도 했고 자신이 대통령의 봉급이 얼마인지에 대해선 모른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언론이 공산주의 사회혁명의 도구로 공산당 지배하에 있는 소련에선 지금까지 국가원수에 대한 홍보는 무시되었고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지금까지 크렘린궁안에서 이뤄지는 정치는 장막에 가려진채 공식발표나 소련공산당의 의견을 대변하는 언론의 보도로 서방에 알려졌었다.
이같은 분위기에 익숙한 서방언론들은 이번 고르바초프대통령의 공보실 설치가 자신의 이미지 향상 뿐아니라 소련에 새정치문화를 창조하고 서방의 소련 정보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기여하길 바라고 있다.
이같은 기능은 크렘린공보실이 대통령의 입으로 뿐만아니라 여론을 수렴하는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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