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기다리고 2분 진료라니…

중앙일보

입력

대형병원들이 환자의 대기시간 단축을 위한 획기적인 전산화시스템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환자들의 만족도는 늘 '제자리 걸음' 일것으로 보인다.

서울 이문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2)는 내시경 검사를 하기 위해 K의료원을 찾았다. 김 씨는 이 날을 위해 사전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왔으나 한시간이 넘도록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는다며 불평했다.

결국 무려 2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겨우 검사를 마칠수 있었다. 검사 후, 김 씨는 “대학병원은 이래서 문제”라며 "사전예약제도는 왜 있는거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오후에 직장으로 향하려던 계획이 엉망이 돼 하루를 다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병원측 관계자는 "내시경센타처럼 특수한 경우에는 검사결과에 따라 앞선 환자가 얘기치 않게 출혈이나 혹이 있을 경우가 더러 있어 상담시간이 길어지는 변수가 있다"며 "수면내시경 같은 경우에는 수면 유도시간이나 검사 후 깨는 시간이 개인마다 달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약 전 환자들에게 종종 발생할지 모르는 검사시간의 지연과 관련해 미리 고지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병원 관계자는 "검사가 지연되면 중간에 알려주기는 하지만 예약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그런 부분까지 사전에 말해주지는 못했다"며 얼버무렸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시간에 맞춰 간 많은 환자들은 자신의 금쪽같은 시간들을 마냥 허비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 병원들은 날로 치열해지는 서비스경쟁 차원에서 이러한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작년 말 호출용 삐삐 500 여대를 마련해 '진료안내 호출서비스'(FREE-Call)를 제공했다. 당일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과 장시간 검사를 받아 하루종일 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따라서 환자는 삐삐 호출이 오기 전까지 병원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낼수 있어 호응이 높다. 또한 진료예약 당일 이틀 전에 휴대폰 문자알림 서비스를 해줌으로써 예약부도율을 막아 원할한 진료가 이뤄지게 돕고 있다.

건대병원도 지난달 7일, 환자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제로시스템'을 도입해 진단과 진료를 신속하고 빠르게 해 새롭게 도약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병원측은 "당일진료,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원스톱진료 시스템으로 지금보다 더욱 고객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종합병원은 오래 기다리는 곳' 이라는 등식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환자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기다렸다고 느끼거나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짐작할수 없을 때 가장 대기시간이 길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 목동에 사는 홍 모씨(27) 역시 얼마전 H병원의 가정의학과에 진찰을 받기위해 사전 예약을 했으나 당일 무려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만 했다.

홍 씨는 "초진의 경우 가정의학과를 반드시 거치게 돼 있어서 사람들이 몰리는것 같다"며 "공복에 오라고 해서 밥도 안먹고 갔는데 달랑 2분 진료받기 위해 언제 내 차례가 될지도 모른채 마냥 기다리니 너무 지루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일반적으로 대기시간의 지연을 방지하고자 대부분 대형병원에서는 순번대기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순번대기표를 받았다 뿐이지 오래 기다려야 되는 데는 큰 변화가 없어보인다.

게다가 이런 제도에 익숙치 않은 일부 노인들이나 환자들의 경우 아예 번호표를 뽑지 않고 마냥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자신의 순서가 넘어갔는지 모른채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실제로 영남대의료원은 지난 3월에서 5월에 걸쳐 환자 2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원만족도 조사결과를 홈페이지에 개제한 웹진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외래환자와 입원환자의 약40% 넘게 향후 개선사항으로 '대기시간 단축'을 꼽은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에 대한 불만사항을 조사해보면 일반적으로 대기시간에 대한 불만이 늘 우위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병원경영컨설팅업체 유니드파트너스의 정재욱 연구원은 "대형병원의 경우 재정상태가 각기 달라 이를 획기적인 전산시스템으로 개선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이 나뉘게 된다"면서 "근본적인 시스템의 일원화가 되지 않는한 환자들의 불만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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