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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한가위 농작물' 큰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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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태풍 '산산'이 동반한 강풍으로 17일 밤 부산시 해운대의 한 모델하우스 외부 구조물이 인도와 도로로 떨어지자 중장비가 동원돼 떨어진 구조물을 치우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중형 태풍이지만 강한 바람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산산'의 영향권에 들었던 부산 등 영남과 동해안 지역 주민들이 밤새 불안에 떨었다. 태풍은 18일 새벽 부산 동쪽 250㎞ 해상을 지나는 것을 고비로 우리나라에서 멀어졌다. 태풍의 중심 기압은 950헥토파스칼, 최대 풍속은 초속 41m였다. 비보다 바람이 더 큰 위협이었다.

강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17일 오전 11시40분쯤 태풍을 피해 제주항 2부두에 정박 중이던 부산 선적 대형 선망어선 701동남호(102t) 선원 은모(57.부산시 서구 남부민동)씨가 어선 결박을 위해 다른 어선으로 건너다 실족해 숨졌다.

◆ 불안에 떤 밤=부산과 울산, 경남.북, 남해안 등에서는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불었다. 박형준(37.경남 진해시)씨는 "바다가 바로 보이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오후부터 맞바람이 심했다"며 "아파트 창문이 흔들려 여러 번 문단속을 했다"고 말했다.

초속 20~25m는 지붕의 기와가 벗겨지고 약한 굴뚝이 넘어질 수 있는 정도의 세기다. 울산시 호계동에 사는 이상문(46)씨는 "강풍으로 해안가는 걷기 힘들 정도이며 차가 휘청거리고 작은 가로수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다"며 "인적이 거의 끊기고 오가는 차도 별로 없다"고 전했다.

기상청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도 긴장 속에서 밤을 지샜다. 지금까지 큰 피해를 낸 태풍은 주로 초가을에 북상한 것들이다. 산산의 진로는 피해가 컸던 '소델로'(2003년 6호)와 '나비'(2005년 14호)와 비슷하다. 또 17일은 1959년 태풍 '사라'가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날이었다. 사라는 849명의 목숨을 앗아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낸 태풍이다.

◆ 잇따른 피해=추석 대목을 맞아 출하를 앞뒀던 과실이 강풍으로 큰 피해를 봤다. 울산 배원예농협 관계자는 "과수원이 주로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피해가 컸으며 50%쯤 낙과 피해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울주군 서생.삼남.삼동.범서.온산면과 온양읍 일대 1900여 배 재배농가에서는 낙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배나무의 가지를 묶거나 아직 덜 딴 조생종을 서둘러 수확하기도 했다. 수확을 앞둔 벼도 강풍에 쓰러졌다.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17일 오후 7시쯤 울산시 남구 달동 간선도로변에서 길을 가던 김모(62)씨가 날아온 간판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날 오후 6시30분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양산IC 인근에서 김모(35)씨가 몰던 옵티마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분리대와 부딪친 뒤 앞서 가던 45인승 버스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버스가 뒤집히면서 버스 운전사 손모씨가 숨졌다.

또 부산에선 해운대구 우동 한화 '꿈에그린' 주택전시관 일부가 강풍에 무너졌다. 경북 포항시 북구 장승동 일대에선 바람에 날려온 간판이 송전선을 끊어 1000여 가구에 대한 전력공급이 한 시간여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 항공기.선박 결항=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선박 5만2144척이 안전한 항구에 피했으며, 77개 항로 120척의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이날 오전 긴급선박대피협의회를 열고 부산.감천항과 북.신항 부두를 폐쇄했다. 울산해경도 울산항 내에 어선 1400여 척을 피항시키고 선박 통제를 강화했다.

국내선 항공기는 인천 등에서 김해.포항.울산 등으로 향하는 19편이 결항됐다. 국제선 항공기 16편도 결항됐다. 이 밖에도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 해안로 1㎞ 구간이 높은 파도로 통제됐다. 울산시는 북구 동천강의 수심이 높아지자 속심이교.제전교.상안교 등 교량 세 곳의 교통을 통제했다.

기상청은 18일 밤까지 강원도 영동, 경남.북, 울릉도.독도 등지에 50~100㎜(많은 곳은 15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송의호.강찬수.김상진 기자<yeeho@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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