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인들의 권력암투 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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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느 가상 독재국가의 군사쿠데타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파워플레이』가 수입됐다.
5공때 같으면 수입을 상상조차 할수 없었을만큼 이 영화는 권력에 눈먼 군인들의 암투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동안 올리버 스톤감독의 『살바도르』, 코스타 가브라스의 『제트』, 아르헨티나 영화 『오피셜 스토리』등이 국내에 과감하게 소개돼 독재권력의 치부를 보여줬지만 『파워 플레이』에 비하면 이들 영화는 좀 과장한다면 변죽을 울렸다고 할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충격적이고 대담하다.
미국 카우리필름과 캐나다 마그남사의 합작으로 마틴 버크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로렌스 대령역을 맡은 피터 오톨이 특전사령관으로 쿠데타 막바지에 참모총장을 배반하고 전권을 장악하는 역을 맡았다.
육군대학교수의 제의에 따라 실질적으로 쿠데타를 꾸몄으나 나중에 부하의 총구앞에 서야하는 참모총장역은 데이비드 헤밍스가 연기했다. 쿠데타과정에서 줄타기를 계속하는 정보부장역은 도널드 플레센스이다.
언론을 비롯, 모든 자유로운 논의가 숨막힐듯 통제되고 권력의 부패가 극에 달한 어느 가상국가가 이 영화의 무대다.
모국에서 추방된 한 대령이 TV회견에 나와 쿠데타에 대해 얘기하는 회상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어느날 타락한 경제장관이 암살되자 권부는 이를 기회로 군대를 동원, 무차별 검거선풍을 벌인다.
무자비한 검거가 계속되면서 견디다 못한 민중들의 동요가 꿈틀거리자 이틈을 이용, 참모총장은 육군대학교수의 부추김에 따라 쿠데타를 계획한다.
계획은 순조로워 특전사령관을 전위로 거사에 성공하나 참모총장을 기다리는 것은 특전사령관의 싸늘한 총구라는게 기둥줄거리다.
영화는 독재정권의 강압아래 숨죽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민중들의 고통을 은밀하게 전달해주면서 그들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파워게임을 사실적으로 펼쳐내고 있다.
과거 우리의 아픈 역사였던 5·16과 12·12사대를 연상케 하는데 특히 12·12후 미시사주간지 타임스지가 표지에 당시 쟁투의 중심인물들을 실어놓고 「파워 플레이」라고 제목붙인 것이 새삼 떠오른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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