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직파간첩 김정일 장수 의약품 수집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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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북한이 남파한 '직파 간첩' 정경학(48)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7월 정씨를 붙잡아 검찰에 넘겼다. <본지 8월 22일자 2면>

?수뇌부의 만년장수도 챙겨=공소장에 따르면 정씨는 대남 공작기구인 대외정보조사부(현 노동당 35호실) 등에서 공작원 임무 지시를 받았다. 정씨가 수집해야 할 자료에는 ▶(김정일 등)수뇌부를 비난하는 선전물의 작성 과정▶수뇌부에 대한 암살 징후 등 수뇌부 안전 관련 자료▶수뇌부의 만수무강과 관련된 정보와 만년장수에 좋은 의약품 수집 등이 포함됐다.

1996년 3월 처음 남한에 침투한 정씨는 태국인 사업가로 행세하며 알게 된 국내 무역회사 사람들에게 "관광을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정씨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터널을 향해 북에서 배운 대로 사진기를 눈에 대지 않고 은밀히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전쟁이 발발하면 터널은 북측의 제1 타격 목표여서 중요한 정보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97년 두 번째 방문 때 같은 방법으로 서울 용산 미군기지, 국방부 청사, 지방의 탄약창과 군사기지 등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돈벌이만 관심' 지적도=정씨는 97년 3월 "태국 새우농장에 투자할 계획이 있으니 베이징에서 만나자"는 다른 공작원의 연락을 받고 상부에 보고 없이 태국을 떠났다가 평양으로 소환됐다. 그는 '돈벌이에만 관심을 둔다'는 이유로 보름 넘게 정치학습과 비판서(반성문) 작성 등을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2001년 6월부터는 은어를 쓴 e-메일을 본격 사용했다. '조국'은 East Place(동쪽), '남조선'은 NamKyong(남경), '중국'은 Second-hand market(중고 시장)이라고 불렀다. '라오스'는 Noodle factory(국수 공장), '홍콩'은 Red Flower Garden(홍초가든)으로, 대남공작기구인 '본사'는 Friend, Michael, Hunter, Hellen 등으로 표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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