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구보선과 민자당의 선택/권영빈(중앙칼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구시민을 인질로 삼아 벌인 한개인의 명예회복과 민자당 통합의 명분성간의 니전투구격인 대구서갑 보궐선거는 끝내 그 어느쪽의 명예와 명분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채,아니 불명예와 치욕만을 남긴채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TK의 명예와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라고 입후보자들마다 떠들어 댔고 신문ㆍ방송마다 외쳐댔던 첫합동연설회장을 찾아 부랴부랴 달려가 보았지만 그 자리에서 발견한 것은 구겨진 자존심과 더럽혀진 명예밖에 없었다.
3만여 청중이 짓밟고 지나간 유세장 서도국민학교 넓은 운동장에는 「대구의 자존심 정호용」과 「노대통령이 일하는데 꼭 필요한 인물 문희갑」을 선전하는 전단들만이 구겨지고 밟힌채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잔여임기 2년을 채우기 위한 국회의원을 뽑는 유권자 13만여명의 이작은 지역구의 보궐선거가 왜 이토록 국민의 지대한 관심속에서 대구 전체 시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가늠하는 시험장으로 둔갑했고 급기야는 합동연설 20여분을 남겨놓고서야 사퇴를 해버리는 저질 정치쇼로 전락해야만 했는가.
광주문제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을 대구시민의 의리와 명예로 회복시켜 달라는 호소에서부터 이 불명예스러운 선거전은 시작되었다.
『3당통합으로 이룩된 안정기반을 바탕으로 이제부터 노대통령이 보다 큰 일을 할수 있도록 앞장선 인물을 밀어달라』는 민자당의 선거전략에서부터 이 불명예스로운 선거전은 금권으로 얼룩진 타락선거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다.
2백17석의 막강한 원내의석을 자랑하는 거대여당이 보안법 개정,지자제,실명제 실시등을 둘러싼 현안의 중대안건들은 모두 뒷전으로 미룬채 통합의 당위성을 고향땅 표밭에서 확인받고자 했기때문에 생겨난 부작용이었다.
광주문제로 억울하게 희생되었다면 광주 또는 제3의 지역을 찾아가 자신의 결백함을 호소하고 심판을 받든지 또는 명백한 방증자료제시나 설득력있는 논리전개로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해야 할 터인데도 안방에 주저앉아 식구들을 모아 놓고 의리와 명예만을 강조하고 있었다.
3당통합의 명분과 당위성이 정치적 안정을 통한 개혁의지와 민주화의 실천이라고 통합 당사자들이 그만큼 강조했다면,이젠 입법과 정책의 제시와 실천을 통해서 거대 여당의 명분과 당위성을 펼쳐보일 때가 되었는데도 그 모든것은 팽개쳐버리고 막대한 자금과 막강한 행정력을 동원해 통합의 당위성을 낚아올리려고만 했었다.
끈질긴 정치공작도 역부족이었던지 결국 한 나라의 대통령 내외가 분주히 움직이고 40년의 우정이 담보로 설정된 다음에야 한 지역 보궐선거의 입후보자를 사퇴시키는데 성공했다.
3당통합으로 거대여당이 출연하고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준 다음 이룩한 최초 최대의 쾌거이고 성공작이라고 기뻐할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미천하고 보잘것 없는 승리를 위해 3당통합이라는 대역사를 치렀던가를.또 그 통합의 당위성을 그처럼 조급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어야 할만큼 통합의 명분이 취약했던가를.또 적게는 40여명에서 많게는 1백여명에 이르는 국회의원들이 막중한 국사를 뒤로 젖혀두고 보궐선거장의 선거운동원 노릇을 해야 할만큼 국회는 할일 없는 곳이고 국회의원은 별볼일 없는 사람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여기서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민주화를 향한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한 정국안정이라는 이름으로 모양을 갖췄던 3당통합이 경우에 따라 집권자의 일방적 뜻에 따라 얼마든지 비민주적으로 운용될 수도 있고 비민주적 정국을 향해 어느쪽으로든 치달을 수 있는 것인가. 어두웠던 지난 시절에로의 회귀를 두려운 마음으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통치자의 뜻을 거스르는 자가 있고 당리당략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다면 어떤 수단,어떤 방법으로든 거세되고 제거될 수 있다는 그 악몽의 조짐을 이번 선거전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와 정국안정을 위한 3당통합의 당위성이 불법선거과정을 통해서나 또는 의혹과 불신의 사퇴 종용을 통해서,절차와 방식은 무시된채 오직 당선이라는 결과 하나만으로 확보될 수 있다고 믿는 집권당의 낡은 사고방식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한 개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대구시민 전체의 명예를 볼모로 삼았던 입후보자가 사퇴한 지금에 와서까지 남은 입후보자들과의 경쟁으로 또다시 3당통합의 당위성을 읊어보았자 그 당위성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불법과 타락선거에 한몫 더해서 경쟁자마저 장외로 사퇴시켜버린 이불공정한 경쟁에서 민자당 후보가 설령 당선된다고 한들 경쟁의 명예와 당선의 정당성 또한 인정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
3당통합이 진정으로 민주화와 정국안정을 위한 최대의 선택이었다면 그 선택의 명분과 당위성을 새삼 확인하기 위해서도 처음부터 잘못된 길을 들어선 대구보궐선거에서 뒤늦게 나마 발을 빼는 길 밖에 없다. 한표의 명분을 건지기 위해 2백10여석의 명분과 당위성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기위해서라도 이번 선거는 여기서 중단되어야 한다.
잘못 끼운 양복단추라면 처음부터 다시 끼우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논설위원>PN JAD
PD 19900327
PG 05
PQ 03
CP HS
CK 03
CS A09
BL 1520
GI 조현욱
TI 아ㆍ아주로 돌린 「북방바람」/한­몽고 전격 수교의미
TX ◎대중ㆍ소 수교 앞당길 기폭제 될 듯/친북한 잠비아 등과도 국교 임박
26일 몽고와의 수교는 7ㆍ7선언이후 본격화된 북방외교가 이제 동구를 벗어나 아프리카ㆍ아시아지역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특히 몽고는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ESCAP(아태경제사회이사회)등에서 한국의 대표권문제까지 거론하면서 우리를 난처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이같은 몽고와 단시간의 교섭끝에 수교를 이룩한것은 베트남ㆍ라오스ㆍ캄보디아등 미수교 아시아사회주의 국가와의 수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중국과의 수교를 앞당기는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것으로 전망된다.
몽고는 또 소련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해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수교에 소련이 배후에서 작용했을 가능성을 짐작할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중소 수교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말할수 있는 뚜렷한 증좌가 하나 더 드러난 셈이다.
몽고는 인종적으로 우리와 같은 몽골리안으로 우랄­알타이어계에 속해있으며 해방이후 남북이 분단되면서 북한과 밀착,외교무대에서 우리정부를 괴롭혀왔다.
지난 87년 11월 국내에서 김일성 사망설로 떠들썩할때 몽고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김의 생존을 확인시켜준 예도 있었다.
몽고와의 수교는 87년7월 올림픽참가문제로 양국대사관간 접촉이 있은 이후 지난해 7월 민간대표단 방몽시 수교의사를 전달했으며 지난 16일 부야틴주일 몽고대사가 우리측에 수교대표단의 방문을 요청,성사됐다.
몽고에 이어 28일 루마니아의 미트란외무차관을 단장으로한 수교교섭단이 방한,우리와 수교할 예정이고 지난 21일 독립한 아프리카의 나미비아도 곧 수교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이밖에도 아프리카의 친북한국가인 탄자니아ㆍ짐바브웨ㆍ잠비아ㆍ모잠비크등 4개국과도 수교교섭이 진행중이며 수교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는 이처럼 우리의 국위상승,국제환경의 변화등으로 우리의 정통외교가 바야흐로 위력적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외무부는 김영삼 최고위원등의 방소가 한소수교분위기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지만 소련과 총영사관 개설합의,상주대표부 설치 합의등 시간을 기다리면 훨씬 나라의 체면을 살리면서 할수있는 일을 정치권이 서두는데 대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북방외교의 초기단계인 헝가리와의 수교에서는 무역사무소,상주대표부등의 중간단계를 거쳤으나 지난해 11월 폴란드와의 수교때부터는 중간단계없이 막바로 대사급 수교로 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으며 소련과의 수교도 이 원칙을 고수,곧 결실이 나올 시점인데 괜히 정치권이 끼어드는데 불만이 크다.<조현욱기자>
◎국토는 한반도의 7배/소도움받아 24년 독립
▷몽고 개황◁
인구 2백 4만명에 국토는 한반도의 7배인 1백56만평방㎞. 소련에 이어 세계2번째로 탄생한 사회주의국가로 지난 1924년 소련의 도움으로 중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국민소득 1천1백달러(87년추정).
지난2월 다당제를 도입하고 지난22일 선거를 실시,인민대회간부회 의장과 총리등을 새로 선출해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는 몽고에 14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46만3천달러 어치를 수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