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파병 국론분열은 정부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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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정부의 전격적인 이라크 파병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정책 혼선에 대한 질타가 불을 뿜었다.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잦은 말 바꾸기,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의 각기 다른 주장으로 여론수렴은커녕 오히려 국론 분열과 혼선이 초래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부는 외교안보팀의 전면 교체를 주장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등은 "경제부총리와 외교통상부.국방부 장관은 시급한 파병을 주장한 반면 청와대 유인태 정무.박주현 국민참여수석은 노골적으로 파병 반대를 주장했다"며 "청와대와 정부가 앞장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론 분열을 조장했다"고 말했다.

정책 혼선의 진원지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지목하는 발언도 나왔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현 정권의 친북편향적 노선의 진원지가 NSC 사무처"라며 "주한미군 철수.자주국방론 등 설익은 주장이 난무하고 무엇하나 매끄럽게 넘어가는 경우가 없어 NSC의 확대 개편이 무의미해졌다"며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밀실 결정이란 비난도 거셌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정부가 9월 말 이미 파병을 결정, 이라크 북부 지형 연구까지 해놓고도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요식행위로 이라크 현지 조사단을 파견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유흥수 의원도 "정부는 여론을 수렴하겠다면서도 지금껏 협상 내용이나 진행 과정을 밝히지 않아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파병안의 전모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파병부대의 성격과 비용.경제적 효과 등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파병 비용과 재건분담금을 합치면 5천명 파병시 6천5백55억원, 1만명 파병시 1조55억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대신해 얻을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반면 한나라당 박시균 의원은 "건설.전자.자동차 분야에서 1천억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좋은 시장을 쳐다만 보는 게 국익을 위한 것이냐"며 신속하게 파병할 것을 촉구했다.

답변에 나선 고건 총리는 "파병과 관련해 제가 참여한 장관급 회의만 네 차례였다"며 "대통령이 '정부 내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고 말한 것은 논의는 여러번 했지만 가부를 논할 무거운 논의는 안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정민 기자<jmle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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