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전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기뻐하는 사진을 배경으로 '2002월드컵 4강 공'을 든 홍명보 코치가 활짝 웃고 있다. 성남=박종근 기자
12일 경기도 분당의 홍명보장학재단 사무실에서 황금색 피버노바(2002월드컵 공인구)를 보는 순간 홍명보 코치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이 공을 보니 당시 감격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보존 상태도 좋네요."
이 공은 당시 경기의 주심이었던 가말 간두르(이집트)가 부심과 국제축구연맹(FIFA) 감독관의 사인을 받아 보관하던 것으로 지난달 축구자료 수집가 이재형씨가 이집트까지 날아가 간두르를 설득해 가져왔다.
홍 코치는 "이집트까지 가서 공을 찾아오다니 정말 대단합니다"라며 이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장학재단 사무실에는 그가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두 팔을 활짝 펴고 웃는 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이 사진을 보면서 당시를 회고했다.
"스페인전 전날 모든 선수가 두 차례씩 승부차기 연습을 했어요. 하지만 연장전이 끝날 때까지 키커와 순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제발 나는 안 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너무 부담스러웠으니까요."
그런데 키커로 낙점됐고, 그것도 맨 마지막에 차게 됐다. 황선홍.박지성.설기현.안정환이 차례로 성공시키면서 부담감은 점점 커져 갔다. 하지만 반드시 넣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공이 골대를 통과하는 순간, 기쁘다기보다는 '이제 해방됐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홍명보의 웃음'은 그 엄청난 중압감을 벗어난 안도감에서 나온 겁니다."
홍 코치는 "이 공이 스페인전이 열렸던 광주월드컵경기장에 전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시할 곳이 확정될 때까지 이 공은 하나은행 금고에 보관된다. 홍 코치는 11월 14일(한국)과 21일(일본) 열리는 올림픽대표팀(21세 이하) 한.일 친선경기에 감독대행을 맡아 벤치를 지키게 된다. 핌 베어벡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이란으로 가서 아시안컵 예선(11월 15일)을 치르기 때문이다. 그는 "부담은 크지만 젊고 재능 있는 선수가 많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후배들이 월드컵 4강의 감격을 다시 누릴 수 있도록 내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정영재 기자<jerry@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