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공' 들고 홍명보 다시 활짝 웃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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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전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기뻐하는 사진을 배경으로 '2002월드컵 4강 공'을 든 홍명보 코치가 활짝 웃고 있다. 성남=박종근 기자

'영원한 캡틴' 홍명보(37.축구대표팀 코치)가 4년 만에 다시 활짝 웃었다. 2002년 6월 22일 열렸던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홍명보. 그의 오른발을 떠나 스페인 골네트를 흔들었던 '월드컵 4강 공'을 다시 만났다.

12일 경기도 분당의 홍명보장학재단 사무실에서 황금색 피버노바(2002월드컵 공인구)를 보는 순간 홍명보 코치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이 공을 보니 당시 감격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보존 상태도 좋네요."

이 공은 당시 경기의 주심이었던 가말 간두르(이집트)가 부심과 국제축구연맹(FIFA) 감독관의 사인을 받아 보관하던 것으로 지난달 축구자료 수집가 이재형씨가 이집트까지 날아가 간두르를 설득해 가져왔다.

홍 코치는 "이집트까지 가서 공을 찾아오다니 정말 대단합니다"라며 이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장학재단 사무실에는 그가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두 팔을 활짝 펴고 웃는 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이 사진을 보면서 당시를 회고했다.

"스페인전 전날 모든 선수가 두 차례씩 승부차기 연습을 했어요. 하지만 연장전이 끝날 때까지 키커와 순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제발 나는 안 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너무 부담스러웠으니까요."

그런데 키커로 낙점됐고, 그것도 맨 마지막에 차게 됐다. 황선홍.박지성.설기현.안정환이 차례로 성공시키면서 부담감은 점점 커져 갔다. 하지만 반드시 넣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공이 골대를 통과하는 순간, 기쁘다기보다는 '이제 해방됐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홍명보의 웃음'은 그 엄청난 중압감을 벗어난 안도감에서 나온 겁니다."

홍 코치는 "이 공이 스페인전이 열렸던 광주월드컵경기장에 전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시할 곳이 확정될 때까지 이 공은 하나은행 금고에 보관된다. 홍 코치는 11월 14일(한국)과 21일(일본) 열리는 올림픽대표팀(21세 이하) 한.일 친선경기에 감독대행을 맡아 벤치를 지키게 된다. 핌 베어벡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이란으로 가서 아시안컵 예선(11월 15일)을 치르기 때문이다. 그는 "부담은 크지만 젊고 재능 있는 선수가 많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후배들이 월드컵 4강의 감격을 다시 누릴 수 있도록 내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정영재 기자<jerry@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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