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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제국' 미국은 어디로] 데이비드 크리스털 영국 웨일스大 명예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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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국 웨일스대 뱅거 캠퍼스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권위있는 언어학자다. '왜 영어가 세계어인가', '언어와 인터넷' 등을 저술한 크리스털 교수는 언어 연구에 40여년을 바쳤다.

-앞으로도 영어는 세계어로 계속 뻗어나갈까.

"어느 것도 영어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 사람들은 영어를 통해 세계어의 혜택을 이미 경험했다. 영어는 동력을 얻었고, 불패(不敗)의 언어가 됐다. 인도를 보라. 미국인과 영국인을 합한 것보다 많은 사람이 영어를 쓰고 있다."

-미 제국주의 또는 일방주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영어가 압도적으로 세계 언어를 지배하고 있고, 이것이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동을 더욱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는데.

"그것은 과장이다. 미국 내 영어 사용자는 2억3천만명 정도인데 비해 세계적으로는 15억명이 영어를 쓰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영어를 공용어 또는 외국어로 사용한다. 영어의 무게중심은 이미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로부터 이들로 옮겨졌다. 이들은 영어를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고쳐 '신(新)영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모든 현상은 미국이 좋은 나라인가 나쁜 나라인가 같은 문제와는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또 다른 수퍼파워가 되면 중국어도 세계어가 될 수 있나.

"물론이다. 어떤 언어가 세계어가 되는 데는 딱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파워다. 그 언어를 배우는 것이 이득이 되는가, 특히 경제적 이익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로마제국이 망하자 그들의 언어인 라틴어도 쇠락했다. 미국이 힘을 잃으면 영어도 같은 운명이 될까.

"가능성이야 있지만 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우선 라틴어는 사용인구가 적었지만 영어는 현재 너무나 많은 사람이 쓰고 있다. 그리고 '표준영어'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라틴어처럼 구어에서는 분화 현상이 나타나 싱가포르에 가면 '싱글리시(Singlish)'가 있다. 그러나 글의 형태로는 여전히 표준영어가 있다. 이것은 국제적으로 사람들을 얽어매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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