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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ㆍ월세값 급등의 주범(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세ㆍ월세값의 폭등은 도시 영세민들의 삶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다. 한쪽에선 과소비로 흥청거리는데 방 한칸도 그대로 유지못해 먼 변두리로,지하 셋방으로 누울 곳을 옮겨야 하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무엇이 이글거릴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당국은 지난 2월16일부터 4천명의 특별 단속반을 편성해 임대료 과다인상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중산층 아파트지역 전세금의 폭등세만 약간 주춤해졌을 뿐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폭등세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당국의 임기응변적인 단속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전ㆍ월세파동이 단속으로 가라앉을리 만무한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진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번 파동을 몰고 온 구조적인 원인에 과감히 메스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며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또 우리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그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과연 무엇이 전ㆍ월세의 폭등을 가져왔는가. 가장 큰 원인은 토지정책의 부재로 최근 2년간 땅값이 폭등한 데 있다. 땅값은 전국 평균해 88년에 27.5%,89년에 31.9%가 올랐다. 땅값이 오르면 집값이 오르고,집값이 오르면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아이들도 알 수 있는 자명한 이치다.
게다가 집에 대한 수요는 큰데 공급은 따르지 못하고 있으니 집값은 더욱 오르고 연쇄반응으로 전ㆍ월세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또 농업정책의 실패로 농촌인구의 도시 집중은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가 그동안에는 중간이상 소득자가 전세에서 자가로,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이동해 순환이 이루어져 왔으나 전반적인 집값 폭등으로 중간이상 소득자조차 상향이동이 불가능해지자 영세민의 주택문제가 더욱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은 땅값의 폭등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전ㆍ월세파동을 해결하려면 정부가 땅값을 떨어뜨리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주택공급을 늘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현재처럼 땅값이 비싸서는 정부로서도 공급을 크게 늘릴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 정부의 토지정책은 실제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모처럼 도입하기로 한 토지공개념정책은 그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그때문에 토지공개념제도가 실시된다고 하는데도 부동산투기는 여전히 성행하고 그에 따라 땅값은 내릴줄을 모르는 것이다.
응급대책으로서는 전임대자의 등록을 통한 임대료 인상의 통제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나름대로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으나 현재대로 방치하는데서 오는 부작용은 그보다 훨씬 더 크다.
또 현재 노사간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근로자 내집 마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얼마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모든 대책의 기본은 땅값ㆍ집값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정부는 표피적인 대응책보다는 하루빨리 이 문제에 대한 과단성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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