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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으로의 길/동독총선 기민당 승리 계기로 본 “앞날”:4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독 이주민대책 “발등의 불”/주택난ㆍ실업 가중… 서독서 골치/분단 40년 이질감 극복도 숙제
동독 총선이 조기통일을 주장해온 우파연합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통독은 시간문제라는게 일반적 관측이지만 통독을 향한 길목에는 반드시 선결돼야 할 문제들이 적지않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동독이 주민 문제와 양독 국민간의 이질화 극복문제다.
작년11월 베를린장벽이 붕괴 됐을때 동ㆍ서독 국민은 그저 뜨거운 가슴으로만 만났다. 서독으로 이어지는 동독인들의 긴행렬을 두팔 벌려 맞으면서 서독인들은 뜨거운 동포애를 표시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4개월여가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동독 이주민 문제로 서독정부는 골치를 앓고 있으며 서독 국민들 사이엔 이들에 대한 「증오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서독으로 탈출한 동독인의 숫자는 지난해에만 34만4천여명,올들어 하루평균 2천명씩 지금까지 15만여명을 기록해 모두 50여만명에 이르고 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여타 동구권으로부터의 이주민까지 포함,모두 1백50여만명의 이주민이 서독에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서독의 주택난ㆍ실업문제ㆍ사회보장문제 등을 더욱 어렵게하면서 동ㆍ서독 국민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택난이다.
현재 서독의 주택부족분은 1백여만호로 연말까지 1백20만호로 늘어날 전망이며 서독 국민들 조차 수만명이 긴급구호시설에 수용돼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독인들이 밀려들자 서독정부는 공공시설은 물론 사우나ㆍ컨테이너까지 개조해 이들을 수용하고 있으나 이젠 한계에 달했다.
이때문에 서독의 전세값은 2∼3배씩 뛰어 무주택자들의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주택난과 함께 현재 1백80만명으로 추산되는 서독의 실업문제도 동독 이주민으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동독의 이주민중 이미 13만여명이 실업자로 전락해 서독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2백50만명에 달하는 연금수혜자들도 자신들에게 돌아올 몫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동독 이주민 수용소에 방화사건이 발생했는가 하면 베르크카멘시에선 동독 이주민이 살해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심지어 쉐핑겐의 맥주집들은 동독 이주민들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피상적인 현상일 뿐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분단40년이 가져다준 엄청난 의식의 이질화 문제다.
베를린장벽 개방초기에 동독이주민 수용소에는 동독인을 찾는 구인광고가 빽빽했다. 물론 동포애도 작용했지만 젊은 기능공이 대부분인 이들의 노동력이 서독의 산업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동독이주민들이 취업하고 있는 직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불만이 대단하다.
사회주의 통제경제체제가 몸에 밴 이들이 자본주의 방식에 적응하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시간만 때워도 봉급이 다 나오는데 왜 악착같이 일을 하느냐는게 이들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독일통일에 있어서 체제나 화폐의 통합등 외형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분단 40여년이 가져다준 이러한 이질화의 골을 메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동ㆍ서독의 통일을 보는 일반의 시각이다.
다시말해 통일의 최후단계는 사람의 통일,즉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것이다.<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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