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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아내들의 잇따른 가출 … 농촌 남편들 수소문 '허망'

중앙일보

입력

경남 진주시 정촌면에서 2000여평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백모(43) 씨는 농사일이 한창 바쁜 요즘 일손을 놓고 있다. 가출한 외국인 아내의 행방을 찾지 못한 채 탈진해 있기 때문이다.

백 씨는 지난 2월 국제결혼정보회사에 1200만원의 결혼 알선료를 주고 필리핀으로 건너가 G(28)씨를 소개받았다. 4월에 고향에 신혼살림을 차려 40대 노총각 신세를 겨우 면했다.

하지만 두달 뒤 부인 G씨가 갑자기 사라졌다. 백 씨는 부인을 찾기 위해 농사일을 제쳐두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확인한 결과 부인이 필리핀으로 되돌아 가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백 씨는 "결혼 후 아내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며 "다만 가출 1주일 전부터 아내를 찾는 필리핀 말씨의 전화가 많이 걸려 왔다"고 말했다.

농촌 지역으로 시집 온 외국인 신부의 가출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국제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외국인 신부들의 가출은 올들어 11일 현재까지 진주 8명, 산청 3명 등 경남도 내에서만 80여명에 이른다. 이는 경찰에 신고된 건수로 가출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외국인 신부 가출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분석이다.

그동안 외국인 신부의 가출은 언어와 관습, 새로운 생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게 주된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결혼 직후 가출이 잇따르는 최근의 양상은 불법취업 알선 브로커들이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진주 국제결혼정보업체 K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들어 서부경남 농촌 총각 50여명을 베트남 필리핀 등지의 여성과 결혼시켰으나 올들어 10명의 외국인 신부가 가출했다"며 "한국인이 낀 브로커 조직이 이들을 빼돌린 뒤 불법취업시켜 이중으로 알선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이 결혼을 성사시킨 외국인 신부들로부터 '누가 취업을 시켜주겠다는 전화가 자주 걸려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외국인 신부들을 대상으로 불법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경남진주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 필리핀 등 외국 여성과 결혼한 농촌 총각들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는 데는 국내 브로커가 개입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 중에 있다. 현재 인천과 경기도 안산 등 국내 5 ̄6곳에서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의 불법취업을 부추기는 브로커들이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경남도 내에는 중국인 624명, 베트남인 352명, 필리핀인 291명 등 모두 1732명의 외국인 여성이 내국인과 결혼해 살고 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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