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려라공부] 시간 없다는 건 핑계 '1분 놀이'도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자녀 교육에 있어 아빠의 역할은 필수라고 주장하는 세 아빠(왼쪽부터) 박광일.권오진.손석한.가 한자리에 모였다.이들은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 대화하는 방법, 함께 답사여행 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할 때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신인섭 기자

"아빠가 아이와 잘 놀아주면 아이와의 교감이 많아지고 가정에 웃음꽃을 만든다."(권오진)

"자녀와 대화하는 법도 마치 수학을 익혀 나가는 것처럼 공부와 연습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손석한)

"아빠가 산과 들, 유적지 같은 체험장에 함께 가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겐 큰 도움이 된다."(박광일)

가정에서 자녀 교육은 대체로 엄마의 몫이다. 아빠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아내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자녀 교육에 소홀하기 일쑤다. 이런 아빠들을 겨냥해 "자녀 교육에 있어 아빠의 역할은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아빠들이 있다. 권오진(46·'아빠의 놀이혁명')·손석한(38·'아빠의 대화혁명')·박광일(35·'아빠의 답사혁명')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아빠들이 자녀 교육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아 각각 책으로 엮어 냈다. "아빠가 자녀 교육에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능력과 미래가 달라진다"는 게 공통된 메시지다. 이들이 7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나 '좋은 아빠 되기' 노하우를 풀어놨다.

-아빠가 자녀 교육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 손석한=아빠만이 자녀에게 제공할 수 있고, 더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덕목이 존재한다. 예컨대 도덕·인성 교육은 아빠가 하는 경우 아이들이 더 잘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 경험한 임상 사례를 봐도 아빠가 아이의 치료에 협조적이고 적극적일 때 효과가 훨씬 크다. 주의집중력이 부족해 학교 숙제도 못해 가던 한 아이의 경우 아빠가 퇴근해 공부도 봐주고 같이 놀아주니까 집중력이 좋아지고 성적도 올라갔다.

▶ 박광일=엄마가 알고 있는 세계와 아빠가 알고 있는 세계는 다르다. 두 세계를 고루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아빠의 자녀 교육 참여는 의미가 크다.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보완관계에 있는 교육을 받음으로써 균형있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 권오진=아빠와의 놀이가 부족한 아이는 유해 환경에 빠지기 쉽다.컴퓨터 사용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컴퓨터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골고루 먹는 식습관이 아이의 균형있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아빠가 엄마와 함께 자녀 교육에 나설 때 올바른 인성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빠가 자녀와 어떻게 놀아주고, 대화해야 하나. 함께하는 여행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 권=아빠가 놀이를 배우고 익혀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처음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따라해 주기만 해도 된다. 아이는 스스로 놀이법을 찾아 낸다. 궁극적으로 아빠가 놀이의 접근 방식을 알아야 한다. 예컨대 놀이는 상황에 따라야 한다. 아빠가 피곤할 때 하는 놀이가 있고, 힘이 펄펄날 때 하는 놀이가 있으며 늦게 귀가해서 잠깐 하는 1분 놀이가 있다.

▶ 손=아이와의 대화는 어른들끼리의 대화와 같을 수 없다. 많은 아빠들이 이 점에서 오류를 범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아이가 알아서 잘 받아들이겠지 하고 착각하는 것이다. 아빠들의 말은 짧은 시간에 많은 걸 가르치려다 보니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투가 되기 일쑤다. 아이들은 이런 경우 상처를 받는다. 아이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읽어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에게 야단 맞고 화가 나 있는 아이에게 "화가 나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풀어질 수 있을까"라고 대안을 얘기할 때 아이는 아빠의 사랑을 확인함과 동시에 대화할 마음을 먹게 된다.

▶ 박=아이와의 체험학습이 특별한 것이란 생각을 떨쳐버리는 게 중요하다.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체험이라는 게 대부분은 지금 아빠들이 어렸을 때 즐겨 놀았던 것들이다. 역사 답사의 경우도 어려울 게 없다.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자녀와 같이 계획하고 공부한 뒤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다. 큰 목적성을 갖기보다는 아이가 답사나 여행을 즐기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자주 다니는 것보다 더 좋은 답사 방법은 없다.

-실제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교육법을 사용하나.

▶ 손=아이에게 감정적인 비난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아이의 행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가 아닌가를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체크한다. 단기는 며칠 이내의 기간이고 중장기는 1주일에서 수개월간의 기간이다. 단기의 변화는 칭찬과 야단의 대화로 가능하지만, 중장기 변화는 근본적으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이해해줄 때 가능한 것 같다.

▶ 박=아이들의 의견을 많이 참고한다. 일단 무엇이든 아이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 권=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에 많은 관심과 칭찬을 해주고 결코 서두르게 하거나 채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길을 즐겁게 걷게 하고 그 과정을 행복해한다. 아이가 아빠와 한 중요한 약속은 포스터로 만들어 벽 여기저기에 붙여두고 스스로 지키게 한다.

-다른 아빠들에게 자녀 교육과 관련해 꼭 해주고 싶은 말은.

▶ 박=자녀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내 아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고 잘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권=아이와 교감을 함께할 시간은 10년도 안 된다. 인성 교육은 어릴 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와 친해져라. 그러면 아이의 속마음도 알 수 있고, 소질과 재능도 파악해 키워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 손=표현하지 않는 아빠의 깊은 마음을 언젠가는 아이들이 알아주겠지 하는 기대를 접어라. 사실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아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를 바란다.

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 '아빠 노릇 고수' 3인의 좋은 아빠 되는 노하우

◆ '답사(체험학습)' 10계명

▶ 답사는 놀러가는 것이다.
▶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아이가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다.
▶ 아이가 많은 얘기를 꺼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 책을 많이 읽는 답사가 좋다.
▶ 문화의 상대주의를 열린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 사진과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한다.
▶ 반복한다.
▶ 세계와 우리나라, 나에 대해 알도록 도와준다.
▶ 조상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한다.

박광일
*여행이야기 대표
*서강대 평생교육원·여성인력개발센터 ‘답사 강사 양성 과정’ 강사

◆ '놀이' 10계명

▶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은 3~4 학년까지이므로 어릴 때 같이 놀아야 한다.
▶ 아이의 인성교육에는 엄마, 아빠의 역할이 동등해야 한다.
▶ 한 달에 한 번은 아이와 여행을 가서 멋진 추억을 만든다.
▶ 아이와 함께 하는 취미 한 가지를 만든다.
▶ 최소한 아이만큼의 컴퓨터 실력이 되어야 한다.
▶ 퇴근 후에 아이와 부담이 없는 1분 놀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 아이가 잘못했을 경우 이성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 아이의 현재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 아이의 소질과 재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 아이의 구체적인 꿈이 무엇인지 알고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권오진
*가족답사모임 ‘아빠와 추억만들기’단장
*경기방송 ‘웰빙 아빠되기’ 진행
*여성가족부 ‘육아데이’ 칼럼니스트

◆ '대화' 10계명

▶ 좋은 말은 밖으로 표현하고 나쁜 말은 속으로 삼켜라.
▶ 대화란 잘 듣는 것이다.
▶ 설교하지 마라.
▶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마라.
▶ 칭찬은 두번, 야단은 한 번 해라
▶ 아이에게 반응을 보여라
▶ 과격하고 극단적인 표현은 삼가라
▶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라.
▶ 아이의 말을 끊지 말고, 또한 말꼬리를 잡지 말라.
▶ “왜?”라는 말을 자주 쓰는 아빠는 되지 말자.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 아동 가족 상담센터 자문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