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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용씨 부인 자살기도/어제낮 자택서/수면제 복용ㆍ손목 동맥그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 대통령ㆍ두딸 앞으로 유서/병원서 하룻밤 치료 귀가/정씨 “손목상처 별것 아닌데 수면제 많이 먹어… ”
【대구=이용우ㆍ김현일기자】 대구 서갑구 보궐선거에 입후보한 정호용씨의 부인 김숙환씨(47ㆍ대구시 내당동 황제아파트 101동 1109호)가 16일 오전11시쯤 자기집 욕실에서 노태우대통령과 맏딸 꽃님 등 두딸앞으로 보내는 유서를 남긴 뒤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왼쪽손목의 동맥을 그어 자살을 기도했다.
김씨는 사고직후 곧 가족들에게 발견돼 오후4시30분쯤 대구 동산의료원 내과병동 1702호에 입원,응급치료를 받은 후 17일 오전4시50분쯤 퇴원해 자택에서 요양중인데 외부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다.
병원측은 『팔목의 상처는 경미하고 위독한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정식후보등록을 한 정씨는 사고후 이날 오후 네차례 병실을 들른 후 16일 밤 병실에서 부인을 간병하며 지새웠는데 부인의 상태에 대해 『손목상처는 별것 아닌데 수면제를 많이 먹어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정씨집 가정부 박화순씨(44)에 따르면 『김씨가 오전10시30분쯤 욕실에 들어간 뒤 30분이 지나도록 인기척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서 왼쪽손목부분에 피를 흘리며 실신한 채 누워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살을 기도하기전 안방에 2통의 유서를 남겼다.
김씨는 노대통령에게 남긴 유서에서 『대통령각하! 용서하여 주십시요. 이 미천한 여자,남편과 가정을 망쳤읍니다.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고 정호용주위 모든 분들도 용서하여 주셔요. 꽃님엄마』라고 적었다.
김씨가 입원한 병실은 정씨가 14일 오후4시30분쯤 입원했다가 16일 오전6시쯤 퇴원수속을 밟지 않은채 비워두었던 곳으로 김씨는 병실입원중 「면회사절」이란 팻말을 내걸고 문을 안으로 걸어잠가 가족외에는 일체 외부인의 접촉을 피했다.
병원응급실 접수부에는 김씨의 병명이 「졸도(Syncope)」로 되어있고 진료차트는 별도로 만들지 않았는데 정씨와 내외종간인 이병원 박영춘원장이 김씨의 진료를 도맡았다.
부인 김씨는 지난해말 민정당의 정씨의 의원직을 사퇴시키려 하는데 대해 끝까지 반대했고 정씨가 의원직 사퇴후 무소속으로 재출마하는데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당진출신인 김씨는 23세때인 68년 13세 연상의 정씨(당시 중령)와 중매로 결혼,꽃님ㆍ나니ㆍ나나ㆍ주리 등 딸만 넷을 뒀고 한국금융연수원 김성환원장(54)과 남매간이다.
고향에서 여고를 졸업한 김씨는 단기과정의 간호학원을 나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씨가 결혼직후 월남에 파견되면서 대구에서 시집살이를 시작,79년 정씨가 특전사령관에 임명돼 서울로 올라올때까지 11년동안 알뜰 살림을 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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