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아버지­남녘 아들 40년만에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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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손영종­경한씨 부자 에제 동경서/“제가 아들 경한입니다”/“이렇게 만나게 될줄은”
【동경=방인철특파원】 50년 한국전쟁(6ㆍ25)때 북으로간 아버지와 남에 떨어진 아들이 동경에서 40년만에 극적인 상봉을 했다.
16일 동경시내에서 열린 「아시아사학회자창립총회 심포지엄」에 참석한 북한역사학자 손영종씨(62ㆍ사회과학원역사연구소 실장)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이날밤 급히 도착한 아들 경한씨(40)를 만나 「꿈에도 생각지 못한」부자간의 첫대면을 한 것이다.
서울에서 변호사를 개업하고 있는 아들 경한씨가 이날 오후7시 아버지 영종씨가 묵고있는 동경 팔레스호텔 802호실을 찾아 『제가 아들 경한입니다』고 머리숙여 인사하자 손영종씨는 이미 눈으로 알고있었다는 듯 아무말없이 아들 경한씨를 곁에 있던 북한학자 박시형씨(김일성 종합대교수)에게 소개,비교적 냉정하게 대했다.
그러나 곧이어 밀어닥친 기자들의 요구에 오후10시30분쯤 합석기자회견을 갖고 『아들과의 상봉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동안 지난 85년 한차례 학회일(고구려문화심포지엄)로 동경에 들렀을때 경한이 얘기를 전해듣기는 했지만… 』라고 말을 잇지못하며 기쁨을 억지로 감추는 표정이었다.
아버지 손영종씨는 이날 아들과의 상봉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지난 50년 서울대 문리대 4년재학중 한국전쟁이 나자 북한 인민군에 입대,월북했으며 이미 3년전 심선순씨(62)와 결혼한 상태였다고 밝혔으나 아들이 태어난 것은 볼 수없었다고 말했다.
손영종씨는 심씨가 임신한 것은 알고있었지만 생이별한 상태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꿈도 꾸지못했다고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한편 아들 경한씨는 미국에 유학중 북한에 정통한 사람으로부터 아버지가 저명한 역사학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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