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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보관시설 부족 시신 기증 안 받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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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시신 기증 신청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의과대학의 시신 보관용 냉동고가 포화 상태여서 시신을 기증받아도 보낼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부학 실습 여건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선 학생 두 명이 시신 한 구로 실습을 하지만, 국내에선 5~20명이 한 구의 시신으로 실습을 한다. 쓸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설 부족으로 기증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11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접수를 중단한 7월까지 누적된 시신 기증 희망자는 5만8000여 명이다.

지난해 이 본부를 통해 의과대학에 기증된 시신은 132건이다. 대형 의과대학에서 보관할 수 있는 시신 수는 많아야 50구 수준이다.

외국처럼 교육용 해부 외에 범죄 수사 연구 등 다른 용도로 시신을 활용하지 못하는 점도 시신 기증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장기 기증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1만5012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해 장기 기증을 한 뇌사자는 91명에 불과하다. 기증 희망자는 25만 명에 육박하지만, 이식할 수 있는 뇌사자는 전체 사망자 중 일부에 불과하다.

최승주 사랑의 장기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신체 상태 등을 감안할 때 실제 기증이 가능한 경우는 일부이기 때문에 전 국민이 모두 기증 희망을 해야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정도"라며 "장기 기증을 '생명의 순환'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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