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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렐라' 조정남·민수아씨가 말하는 여성 펀드매니저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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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펀드매니저 1000명 시대가 밝았지만 여성 펀드매니저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주식을 운용하는 인피니티투자자문의 민수아(左)씨와 채권을 운용하는 한국투신운용의 조정남씨가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변선구 기자

'여풍당당(女風堂堂)'이라는 데, 이 바닥 고루하다. 펀드매니저가 1000명에 육박하지만 아직 '남자들의 천국'이다. 자산운용협회의 운용전문인력 자격증을 딴 여성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실제로 펀드를 운용하는 여성은 손에 꼽힐 정도다. 그런 세계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희귀동물', 여성 펀드매니저들을 만났다. 한국투신운용 채권운용팀의 조정남(32)씨와 1500억원을 굴리는 투자자문사인 인피니티투자자문의 민수아(36)씨. 두 여자, 같은 희귀동물과(科)지만 종(種)가 다르다. 조씨는 채권, 민씨는 주식에 주로 투자한다. 모두 자산운용 시장에 서식하지만, 종이 다른 만큼 시장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다.

▶조="하반기 금리는 하향 안정화 추세를 나타낼 것이다. 지난해 채권 투자로 재미 못 본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억은 과거일 뿐, 미래를 보면 지금이 채권 투자에 나설 때다."

▶민="악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오히려 매수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상반기엔 주식 투자로 원금조차 까먹었지만 그래도 주식 투자가 답이다.

전공 분야에 따라 셈도 갈렸다. 아직은 누구 말이 옳을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수익률로 말한다는 세계에서 이들은 각자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조="사모펀드라 수익률을 밝힐 순 없지만 지난해 기관 고객에게서 돈을 잘 굴렸다고 상을 받았다. 채권은 가격 변동 폭이 적다. 단위가 커 일반인들이 투자하기도 어렵다. 0.1%를 놓고 '꾼'들끼리 싸우는 시장이다. 작은 수익률에도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다."

▶민="수익을 많이 내지도 못하지만 많이 까먹지도 않는다. 안정적으로 운용한다. 그래도 항상 시장수익률을 웃돈다. 이 때문인지 2002년 회사 설립 때 인연을 맺었던 고객들이 거의 아직 그대로다. 지난해엔 운용 잘한 덕에 인센티브로 억대 연봉을 받았다."

여성에겐 여러모로 안맞는 직업이라는데 살아남았을뿐 아니라 인정도 받았다. 비결이 궁금한데, 정작 두 사람은 펀드매니저 세계에 "'성' 구분은 없다"고 단언한다.

▶조="여성이라서 특별히 손해보는 일은 없다. 2000년대초만해도 여성을 보조 인력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채권 운용에는 정밀하고 세밀한 분석이 요구되고 있어서 여성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도움이 된다."

▶민="정보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벌어지는 시대는 갔다. 지금은 널려있는 정보 중 옥석을 가리는 게 더 중요하다. 변동성 심하고 단기 투자가 횡행하는 시장에서는 인맥 넓은 남성 매니저가 유리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여자가 귀하다 보니 기억을 잘 해준다."

하지만 여성이 펀드매니저가 되기는 여전히 어렵다. 아직 진입장벽이 있다는 것이다. 두 여자, 장벽을 넘어 먼저 길을 간 선배다. 예비 펀드매니저들에게 할 말이 넘쳤다.

▶조="펀드매니저는 종합 예술인이다. 애널리스트.이코노미스트.브로커 등이 제공하는 정보를 종합, 해석해 투자를 결정해 최고의 수익을 올렸을 때의 짜릿함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다면 일단 업계에 발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입사 후 지점에서 상품부터 팔았다."

▶민="펀드매니저는 남의 돈을 굴리는 사람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은 필수다. 돈을 많이 벌겠지란 생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일에 대한 열정.자부심,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하다."

고란 기자 <neora@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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