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이혼 비관 두딸 자살/생활고까지 겹쳐 함께 음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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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4일 오후5시35분쯤 서울 상봉2동 122의85 3층 다세대주택(주인 이상원ㆍ50)의 지하셋방에서 세들어 사는 박수경(24ㆍ공원)ㆍ진경(18ㆍ무직)자매가 이혼한 부모를 원망하고 생활고를 비관한 유서를 남긴채 극약을 먹고 나란히 숨져있는 것을 막내 동생 은경양(14ㆍY여중 3)이 발견했다.
숨진 자매는 다섯자매의 둘째ㆍ넷째로 맏언니 미경씨(25)는 85년 시집갔고 셋째 혜경양(19ㆍ공원)은 공장기숙사생활을 하고있어 막내 은경양ㆍ외할머니 박숙희씨(68ㆍ식당종업원) 등 4명이 함께 살았다.
이날 외할머니 박씨는 일을 나가 집에 없었다.
은경양은 『4일간 집을 나갔다가 이날 오후5시쯤 집에 돌아오니 수경언니가 크게 야단친후 약국에 가서 마이신 5개를 사오라고 해 가져다주니 캡슐에 극약을 넣고 나더러 나가라고 했다』며 『10분후에 돌아와보니 두언니가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다섯자매는 83년 아버지 박덕룡씨(52)가 어머니 김애자씨(48)와 성격 등 때문에 이혼,모두 집을 나간후 소식이 끊겨 어려운 생활을 해왔다.
수경양의 유서에는 『아빠ㆍ엄마가 얼마나 잘사는지 보자. 딸들은 어떻게 되든지 신경쓰지도 않고… 우리는 살기 힘들어 먼저 간다. 우리가 먼저 죽으면 전세값을 언니가 빼내 집사는데 보태고 공장옆 미니슈퍼에 외상값을 갚아달라』고 쓰여있었다.
수경양과 3년전부터 사귀어온 남자친구 권모씨(26ㆍ고시준비생ㆍ 서울 종암동)는 『수경이가 평소 「부모가 우리를 버려 동생 부양하기가 힘들다」며 극약봉지를 갖고 다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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