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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라이벌 열전 ④ 사과 vs 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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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vs 배'.

가을철 '과일의 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과가 생산액.생산량 면에서 모두 앞섰다. 그러나 지난해엔 생산액에선 사과(4671억원, 배는 3387억원), 생산량에선 배(44만3000t, 사과는 36만7000t)가 우위를 점했다. 사과의 생산량.재배면적이 줄어들면서 사과의 단가가 배보다 높아진 것(농촌진흥청 조병철 지도관).

오래 되기에는 사과다. 신석기시대의 화석에도 사과가 새겨져 있다. 인류는 5000년 전부터 사과를 재배.저장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사과는 구약성서에도 등장한다. 아담이 사과를 먹지 말라는 신의 노여움을 듣고 놀라 목구멍에 걸렸다. 이것이 '아담의 애플'(남성의 목 중간쯤에 연골이 조금 돌출된 부위)이다. 배는 3000년 전 재배되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인기가 높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배의 맛에 반한 그리스의 역사가 호머는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했다.

사과와 배는 식물 분류학상 '사촌'간으로 서로 닮은 점이 많다.

첫째, 비슷한 시기에 제철을 맞는다. 사과의 조생종은 8월 말부터, 배의 조생종은 9월 초부터 출하된다.

둘째, 품종이 다양하다. 사과는 세계적으로 7500종, 배는 5000종이나 된다.

셋째, 펙틴 등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펙틴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또 수분 부족으로 변비가 생겼을 때 변을 부드럽게 해 변비를 예방한다.

넷째, 칼륨이 많이 들어 있다. 신고배의 경우 100g당 칼륨 함량이 171㎎으로 후지(95㎎).아오리(99㎎).홍옥(39㎎) 사과보다 높다. 칼륨은 체내에 축적된 여분의 소금(고혈압의 원인중 하나)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따라서 혈압이 높은 사람은 배.사과를 즐겨 먹는 것이 좋다. 고혈압 환자가 유독 많은 일본 동북지방에서 유일하게 고혈압 환자가 적은 곳이 일본 내 최대 사과 산지인 아오모리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섯째, 비타민 C는 예상보다 적게 들어 있다. 사과.배의 100g당 비타민 C 함량은 3~6㎎으로 같은 양의 귤(39㎎).오렌지(43㎎).단감(50㎎).생대추(62㎎).레몬(70㎎).딸기(99㎎)보다 적다.

여섯째, 씨는 되도록 안 먹어야 한다. 씨에 청산 배당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서다.

사과와 배가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사과는 산뜻한 맛, 신맛이 난다. 사과산.주석산.구연산 등 유기산이 배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배는 사과보다 달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당도를 재 보면 사과가 더 단 과일이다. 당분 함량이 사과(후지의 경우 100g당 15.3g)가 배(신고의 경우 10.3g)보다 높다. 그럼에도 "배가 더 달다"고 느끼는 것은 배의 수분 함량이 사과보다 높고 배에만 석세포가 들어 있어 씹을 때 과즙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원예연구소 저장이용과 홍윤표 연구사).

과일은 껍질째 먹는 것이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과 껍질엔 안토시아닌이라고 하는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껍질째 먹는 사과까지 개발됐다. 그러나 배는 예외다. 배 껍질엔 안토시아닌 성분이 거의 없으며 나무껍질처럼 코르크화돼 있으므로 굳이 먹을 이유가 없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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