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상위… 현안놓고 강온전략/지자제ㆍ「광주」법안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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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론의식 대화 후 막판 표결 민자/「거여횡포」 내세워 “실리얻기” 평민
국방위 기습 통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회가 연이틀째 상임위 회의를 제대로 못하는등 난기류에 휩싸여 있다.
거여의 힘을 과시하려던 민자당이 3당 통합체제가 4당체제보다 전혀 안정스럽지 못함을 확인시키려는 평민당의 전술에 말려든 형국이다.
○…민자당은 국군조직법안 처리와 관련해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일단 이 법안은 이번 회기중에는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여론을 무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평민당측에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지방의회선거법과 광주보상법을 통과시킬 계기를 마련하자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민자당은 13일과 14일 여야총무회담과 정책위의장회담을 잇따라 열어 쟁점법안에 대한 마지막 절충을 벌였으나 절충의 소지는 없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끝내 표결로 처리하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다했다는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뿐더러 평민당 속셈도 타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평민당은 광주보상법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으로 규정할 것 ▲사망자와 행부자에 대한 정신적 배상액을 3억원으로 할 것 ▲재심절차를 구체적으로 적시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지방의회 선거법에 대해서는 ▲정당표시제를 허용할 것 ▲선거운동원의 제한을 없앨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들에 대해 민자당은 지방의회선거법에서는 일부 조항의 수정으로 평민당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다. 그러나 광주보상법의 경우는 「보상」을 「배상」으로 명칭변경하거나 성금 액수 등은 양보할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14일 정책위의장 회담에서는 광역지방의회의 정당표시제 허용으로 일괄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절충에서도 실패할 경우 상반기중 지방의회 구성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방의회선거법만은 표결처리할 방침이다.
문제는 광주보상법이다.
이번에 어떻게든 광주ㆍ5공특위를 해체함으로써 과거문제에서 벗어나려는 민자당지도부는 이법 처리에 상당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광주보상법은 단독처리해선 의미가 상실된다는 것이 문제다. 민자당측은 5월 임시국회가 되면 광주사태 10주기를 맞아 평민당도 계속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이란 계산도 깔고 다음 국회로 넘기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어차피 그때 가서도 합의처리가 어렵다면 이번에 표결로라도 통과시켜 멍에를 벗자는 의견도 강해 그 선택에 고심.
민자당측은 법안명칭을 「5ㆍ18 광주희생자 명예회복법」등으로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는 방안등을 제안하는등 평민당의 속셈을 타진,그 결과에 따라 협상ㆍ강행을 정할 생각이다.
○…국방위 기습처리로 「거여의 횡포」를 노출시킨 뜻밖의 횡재를 한 평민당은 지자제ㆍ광주특별법 처리에 있어서도 민자당의 강경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면서 실리를 취한다는 생각.
강경전략으로 치달을 경우엔 모처럼 얻은 여론의 지원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협상제의등 유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내심으론 민자당이 지방의회선거법ㆍ광주보상법을 밀어붙이면서 힘에 밀린 듯 받아들일 생각이다.
김대중총재가 13일 의총에서 「상위거부­의원직사퇴­장외투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강경주장에 대해 『국민(여론)과 유리되면 끝장』이라며 『성질 급하게 굴면 책임만 뒤집어쓴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 그는 또 소수가 다수를 정면공격해 승리한 전례가 없다고 전제,우회ㆍ잠복ㆍ배후치기 등의 간접공격을 구사해야 한다면서 주요현안은 중진회담에서 일괄처리할 것을 제의하는 동시에 과거 「4당합의」를 내세워 민자당을 괴롭히자는 전략.
이에 따라 민자당이 지방의회선거법에서 광역자치단체에 정당추천제를 양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비춰지자 일단 그것을 수용하면서 그대신 정당지원유세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다른 공세거리를 만들어놓고 있다.
조세형정책의장은 『어차피 누가 바가지를 뒤집어쓰느냐는 문제』라고 해 민자­평민당의 국회전술은 「명분싸움」으로 전락하고 있어 국회막판에 지루한 논쟁과 구태의연한 몸싸움만 계속될 것 같다.<김현일ㆍ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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