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류 「공장도 가격표시」싸고 공방전 | 패션업계 대표-상공부 관계자 토론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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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즌마다 다른 유행을 만들어 가는 의상디자이너들의 기성복은 공산품인가, 아닌가.
「패션의류의 공장도 가격표시」를 둘러싸고 상공부와 패션업계가 열띤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패션산업 경영인협의회는 지난8일 패션관련단체 대표들과 상공부 측의 좌담회를 마련,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갖기도 했다.
상공부에 따르면 공장도 가격이란 제조원가(생산원가)에 생산자 측 이윤과 부가가치세를합한 금액, 즉 현금결제조건의 공장출고가격을 일컫는다. 소매가격은 여기에 유통마진을 더 한 것. 우리 나라의 경우 소매가격 표시제는 74년부터, 공장도 가격 표시제는 79년부터 품목 별로 시행해왔다.
지난 1월10일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개정고시를 거쳐 3월1일부터 확대실시 된 섬유류 공장도 가격표시품목은 ▲와이셔츠(정장 속에 착용하는 드레스셔츠) ▲남자기성복(신사복정장) ▲면내의 (순면제품) ▲여성기성복(숙녀용 정장·블라우스·스커트) ▲아동복(5 ∼12세용 상 ·하 정장) ▲T셔츠 등. 따라서 지금까지 소매가 표시 의무만을 지고있던 패션의류들이 대 거 공장도 가격을 표시하게 됨에 따라 디자인료 등「제조원가의 계산」이 과연 가능한가 하 는 문제가 일어나게 됐다.
여기에 같은 제품의 서로 다른 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재 소비풍토 하에서 유통기관에 따라 다른 가격이 표시될 경우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게 된다는 것이 업계 측의 주장이다.
반면 정부측은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점에서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공급하는가격을 표시할 필요가 있으며, 디자이너의 창작성은 인정하지만 가격을 표시하지 못할 정도의 예술품인 것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상공부 측의 의도는 공장도 가격을 표시함으로써 같은 품목의 옷이라도 각 매장에 따라 소매가격이 달라지게 함으로써 자유경쟁과 아울러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장도 가격표시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겠느냐 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현(주) 신현균 대표이사는 『패션의류의 유통마진은 백화점의 경우 28∼33%, 위탁경영체제인 대리점은 30∼40%, 직매장은 마진 없이 출고한다』고 밝히고 『결과적으로는 「백화점 담합」을 낳아 같은 소매가격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시기에 나온 같은 제품이 각 지역 매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에 판매돼 공정거래법위반으로 관계부처의 문책을 받았음을 상기시키고『관계부처간에 협의가 된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이신우(주)박주천 대표이사는 『디자이너 컬렉션에 공장도 가격표시를 하는 나라는 없으며, 제품구매는 소비자가 각자 안목에 따라 판단토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규제 책』이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상공부 유통산업과 하원경사무관은 『법규에 의한 가격표시제는 우리 나라의 독창적 제도이며 구미선진국은 중간유통단계에 참여하는 소매업체가 가격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히고 표시가격은 어디까지나 업체의 자율판단에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제4조에 따르면 각 시·군·구청장은 공장도 가격표시 의무자를 제조본사를 기준(규모·능력 등)으로 지정하되 중소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가격표시 능력을 감안해 지정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패션업체는 의무자 지정여부를 둘러싸고 또 한차례 뜨거운 논란이 일 것으로 보 인다. 이번에 실시된 섬유류 공장도 가격표시제는 5월1일부터 일제단속을 벌일 예정이어서 현재는 적극적으로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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