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왜 이제 왔어요… ”/“필화야 얼마나 고생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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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삿포로의 긴긴한」 마침내 풀었다/한씨 오누이,매제ㆍ올케도 만나
【삿포로=방원석특파원】 『오빠,나야 나 필화야. 왜 이제 왔어요. 오마니가 아바지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
『필화야,사진보니 잘 모르겠더라. 어머니 모시고 어린것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멀고 긴 40년 이산가족의 한이 삿포로 하늘아래에서 끝내 풀렸다.
6ㆍ25가 남북으로 갈라 놓은 남한의 오빠 한필성씨(58)부부와 북한의 동생 필화씨(48)부부는 8일 오후8시 홋카이도(북해도) 지토세(천세)공항에서 극적으로 상봉,그동안의 무정했던 세월을 원망하며 흐느꼈다.
이날 오전 김포를 출발,나리타(성전)공항을 거쳐 지토세공항에 도착한 필성씨가 공항구내에 모습을 나타내자 기다리고 있던 필화씨는 오빠에게 달려가 부동켜안은 채 통곡했다.
내외신기자 1백5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한씨 남매는 5분가량 혈육의 정을 나누었으며 필성씨는 부인 홍애자씨(53)를,필화씨는 남편 임세진씨(김일성대 체육과교수)를 서로 소개했다.
한씨 남매는 5분간 공항로비에서 대화를 나누다 취재중인 내외신 기자들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라. 가족끼리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한 후 조총련과 일본측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2층 공항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들은 그동안의 한맺힌 사연들을 나눈 후 보도진을 따돌린 채 준비한 승용차편으로 시내로 떠났다.
한씨남매는 부부동반으로 이날 오후10시부터 선수촌인 프린스호텔 2층 프린스홀에서 한시간동안 내외신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상봉소감 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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